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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희의 미술이야기]심리학은 어떻게 미술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1900년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라는 책을 발표한다. 인간의 꿈이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왔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전에도 쇼펜하우어와 같은 생리학자들이 꿈에 대하여 연구를 조금씩 해왔지만 인간의 꿈과 무의식이 이처럼 직접적이고 광대하게 연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분명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인간의 이성에 근간을 둔 합리주의과 계몽주의에 반해 낭만주의의 물결이 대륙에 넘실대고 있었고, 존재를 실질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알 수 없는 힘에 대한 인정도 이미 오래 전에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프로이트의 연구 결과는 인간이 자신은 지각할 수 없는 거대한 무의식에 의하여 지배받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었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이 세상에 던질 파문을 충분히 예상했기에 이 책이 완성되고도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내용을 다듬고 또 다듬은 후에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발표되었을 때 학계와 종교계에 던지는 충격은 대단했었고, 그의 주장에 대한 반말도 만만치 않았었다. 그러나 책이 발표되고 10년이 지나자 프로이트를 따르는 추종자가 수없이 생겨났고, 세계 각지에 다양한 정신분석학회가 생겨나기에 이른다.

천성적으로 뛰어난 예지력을 타고나곤 하는 예술가들 역시 새롭게 떠오른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이 세상에 던질 파장을 감지했다. 다시 10년 정도가 지나자 프로이트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작품에 반영하고자 했던 예술가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가장 처음 주도했던 이들은 프랑스의 문학가들이었고, 이어서 미술 작가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타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했던 이들 가운데 앙드레 브르통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의학도이자 문학가, 비평가였던 그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고, 그 영향을 받아 1924년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하였다. 초현실주의란 이성에 의해 통제되지 않은 채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대로 기술하는 것, 그 어떤 도덕적 기준으로부터도 얽매이지 않고 실제적으로 떠오르는 사유들을 적어 내려가는 것을 의미했다. 브르통 자신이 문학가였던 만큼, 초현실주의의라는 정의 역시 처음에는 문학적인 개념이었다. 그러나 브르통은 미술에 조예가 깊었을 뿐만 아니라 미술 비평을 병행하고 있었고, 초현실주의를 적용할 수 있는 작가들을 실제로 지목하기도 했었다. 이러한 작가들에는 피카소, 기리코, 만 레이 등 서구 모더니즘의 정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정작 프로이트는 이러한 예술가들의 움직임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 질문은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 될 수 있는데, 상당히 꼬장꼬장하고 까다로웠던 프로이트로서는 초현실주의를 표방하며 다소 엽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들에 대하여 거부감을 느꼈을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초현실주의 작품들에 대한 프로이트의 생각은 1938년에 성사된 그와 살바도르 달리와의 만남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프로이트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야심만만한 20대 청년 달리는 프로이트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인정을 받고 싶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프로이트를 만나고 싶어 했었다. 반면 당시 프로이트는 60대 노인이었고,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과도 반목에 반목을 거듭한 뒤이기도 하였다. 그는 달리의 작품을 보고는 무의식에 의해 그린 그림이 아닌 의도적으로 기획된 그림이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입장을 분명히 한다.

지난 시간에도 살펴보았듯이 프로이트는 레오다르도 다빈치와 미켈란 젤로의 작품을 심리적으로 분석한 업적을 남겼었다. 그는 예술을 백일몽의 일종으로 여겼으며, 인간의 고양된 정신적 활동의 결과물로서 매우 높게 평가했었다. 그러나 그가 생각했던 작품에서 드러나는 무의식이란 대놓고 드러나는 것이라기보다는 보일 듯 말 듯한 독수리의 형상과 같은 것, 은밀하고 암호화 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프로이트가 가진 견해가 어떠하든 간에, 그리고 살바도르 달리와 어떠한 껄끄러운 대화를 나누었던 간에 프로이트가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미친 영향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 영향력은 달리, 르네 마그리트, 만 레이와 같은 초현실주의 작가들을 넘어서서 잭슨 폴록과 같은 미국 추상표현주의와 혹은 팝 아트 작가들에게까지 거론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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