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주목
/황미라
속이 텅 빈 채 마른 껍질만 남아 있는
수액이라곤 한 방울도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은
저 나무, 가지 끝 이파리만은 짙푸르다
하나의 존재가 깡그리 소진될 때까지 혼신의 힘으로 피워 올려야 할
이승의 부채라도 있는 걸까
거짓말처럼 환한 결과물, 영혼이 건져 올린 이파리
갑자기 어깻죽지에 통증이 온다
혹 피워내지 못한 싹은 아닌지… 어깨에 손을 얹는 나를, 나무줄기를 파먹던 바람이 힐끗 돌아본다
- 황미라 시집 ‘스퐁나무는 사랑을 했네’
100세 시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걸맞게 활기차고 보람 있게 사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세월의 흐름에 어찌할 수 없이 몸은 늙었으나 마음은 청춘인 노인들, 하고자 하는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 시기의 이름과 늦음에 상관없이 온 힘을 다해 도전하면 되는 것이다. 퇴직 후 제2의 삶을 성공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굳이 물질적 성취가 아니라도 봉사활동이나 취미생활로 좀 더 풍요로운 정신적 삶을 사는 이도 있다. 가지 끝 짙푸른 이파리를 매단 태백산 주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속이 텅 비고 수액이라곤 한 방울도 남아있지 않지만, 거짓말처럼 환한 결과물을 만들어낸 저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 혹 우리는 망설이다 그만 피워내지 못한 싹이 있는 것 아닌지…, 최선을 다해볼 일이다. 하나의 존재가 깡그리 소진될 때까지 영혼을 다해 꽃 한 번 피워볼 일이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