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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정의 세상이야기]감정노동자의 감정도 존중하자

 

지난주 한국고용정보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감정노동 강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텔레마케터이고, 그 뒤로 호텔관리자, 네일아티스트, 중독치료사, 창업컨설턴트, 주유원, 항공발권사무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과 같이 고객응대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은 기업들의 지나친 서비스 제공 요구와 소비자들의 무리한 요구, 폭언·폭력 등에 의해 정신건강에 위협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직무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감정노동’은 미국의 사회학자인 알리 러셀 혹실드가 그의 저서 ‘통제된 마음’에서 처음 개념화한 용어로 ‘일반적으로 고객의 기분에 맞추거나 기업에서 요구하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해야 하는 노동’을 말한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감정노동자는 주로 서비스 및 판매직 종사자들로 전체 취업자 2천550만명 중 약 550만명 정도로 추산되고, 이 중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근로자는 350만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서비스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기업들은 고객만족, 고객감동 마케팅을 전개하면서 감정노동자들에게 친절과 봉사를 강조하고, 고객만족도를 인센티브로 연계시키고 있다. 여기에 고객을 왕으로 떠받드는 우리나라 서비스업계 특유의 문화가 감정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 결과 감정노동자들은 고객들을 친절히 응대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불만을 표시하지 않도록 무리한 요구도 수용해야 하고 고객들로 부터 욕설과 성희롱, 폭행 등을 당하더라도 정당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콜센터 직원의 89%가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고 마트, 백화점 직원의 45%가 신체적 폭력과 위협을 경험한 바가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많은 감정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고객들로부터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공항장해, 수면장애 등의 정신적 질환을 겪고 있고 심지어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직 종사자의 27% 정도가 심리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감정노동자들에게 친절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상하관계에서나 볼 수 있는 친절과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결국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갑질 문화가 감정노동자들의 감정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서비스업계, 소비자단체 등이 함께 건강한 소비자 문화를 확산시키고 정당한 요구를 넘어선 욕설이나 인격모독은 범죄라는 것을 알리는 범국민캠페인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업차원에서 적정한 고객응대 매뉴얼을 만들어 사전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회사내에 심리상담실을 설치하고 적절한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적절한 사후대책을 마련토록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악성민원인이나 고객에 대해서는 회사차원에서 형사고발을 하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

아울러 감정노동자에게 악성민원을 일삼는 고객을 기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감정노동자에 대한 상담과 치료지원 등에 대한 법적 보장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다행히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과제에 감정노동자에 대한 산재인정이 포함되어 있고 금년 말까지 감정노동의 업무상 질병인정 기준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객의 권리가 소중한 만큼 감정노동자의 인격도 소중하다. 감정노동자의 감정이 존중되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어 지난 일요일 인천 모 백화점 점원이 고객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사건과 같은 갑질 논란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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