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7 (일)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김다희



아버지 팔뚝에 힘 불끈거릴 때

그때 놓칠까 세상 밖 나온 나처럼

첫째도 꼴찌도 아닌 딱 중간의 나처럼

나팔꽃과 메꽃 사이에 낀

붉은 계절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내 생각의 밭에 누군가 부려 놓은 한 톨의 씨앗,



호기심이 넝쿨처럼 뻗어 갈 때

아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지만

하늘과 땅 사이 점점 좁히고 있다



힐끗 돌아본 거기

하늘에도 허방이 있어

발을 잘못 디딘 새 한 마리 추락한다



- 시집 ‘봄의 시퀀스’(시로여는세상, 2014)에서

 



 

 

 

우리는 ‘사이에 낀’ 존재들입니다. 행복과 불행의 경계를 헤매기도 하고 선과 악을 넘나들기도 합니다. 산다는 것이 이처럼 어느 ‘틈’에서 나와 또 다른 ‘틈’으로 사라지는 것이라면 자못 허무할 따름입니다. 지금 시인은 욕망에 달뜬 시절을 다 보내고 이제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에 나옴직한 누님처럼 생의 한 페이지를 넘기려 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또 다시 허허롭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이카로스의 날개를 달고 비상했던 때가 있지 않았습니까? 나머지 세월은 절망의 틈을 비집고 나온 그 기억을 되살려 다시 한 번 또 다른 세계로 날아보자는 뜻을 품어봅니다. 우리 마음 속 날개가 있는 한 다시 비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민호 시인

 







배너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