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운영하는 파주영어마을과 수원시가 운영하는 수원외국어마을이 진행한 할로윈데이 축제를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진다.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는 지난달 24일과 11월1일, 주말동안 할로윈 이벤트를 진행했다. 얼굴이나 손등에 무서운 귀신 문양을 페인팅 하는 타투존, 할로윈 의상으로 갈아입고 즉석카메라로 촬영하는 포토존, 유령의 집 으스스한 공간에서 할로윈 의상을 착용한 원어민 강사와 함께하는 스토리텔링 등이 열렸다. 31일 수원외국어마을에서도 할로윈데이 행사가 열렸다. 할로윈쿠키와 막대과자 만들기, 몬스터 북마크 만들기, 바디페인팅, 몬스터 인형 만들기, 고스트 하우스, 호러인형 맞추기, 할로윈 호러 마술쇼, 할로윈 애니메이션이 상영 등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할로윈데이는 켈트족들의 축제로 매년 10월31일, 음식을 준비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리면서 악령들의 분장을 했다. 처음 미국에서 소규모로 행해지는 이 행사는 어느덧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한국까지 흘러들어왔다. 어차피 문화는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 퍼지는 속성이 있다지만 할로윈데이는 좀 거북한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이 외국의 문화도 접해보고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는 할로윈데이 예찬론자들의 생각도 존중하지만 서양 악령과 귀신문화까지 들여와 축제로 즐긴다는 사실은 결코 즐겁지 않다.
단오나 대보름 등 우리의 훌륭한 전통 민속축제는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서양의 악령문화까지 받아들여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참으로 씁쓸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 30일부터 31일까지 이태원, 용인 에버랜드와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등 테마파크, 호텔 클럽, 바 등은 온통 할로윈데이 축제로 떠들썩했다. 이태원에서는 마녀모자나 가면, 귀신 복장·분장을 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미국 못지않은 축제 분위기를 이뤘다고 한다.
테마파크나 호텔, 바 등의 할로윈 행사는 상업행위이므로 시비까지 걸 생각은 없다. 그런데 문제는 관공서에서 운영하는 시설들마저 분별없이 할로윈데이 행사를 거창하게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1일 수원외국어마을에서 열린 할로윈데이 축제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문도 안 열린 건물 앞에서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을 정도다. 외국어마을에서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가르치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관공서에서 외국의 악령축제를 여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