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과니
커다란 물음표
부치고 그 착신지 찾아서 가는 길,
구름 한 장이 엽서처럼 수면으로 스며든다.
호수 몸속 바람의 내재율
서슴없이 자아낸 물안개는 그 긴 몽롱
더듬이로 온몸과 정신을 휘감아온다.
항상성이다. 누가 나를 썼는가.
나를 이 세상에게 부친 그
발신자는 누구인가. 몽롱한 더듬이
구름의 페이지 페이지에 적어
기러기 떼 편에 부친다.
잘 간다. 착신지 미상 엽서들 끊임없는 안행雁行.
- 송과니 시집 ‘도무지’ / 시산맥사
누구나 커다란 물음표 하나 가지고 산다. 특히 삶이 힘들 때 ‘나를 이 세상에게 부친 그 발신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 물론 부모로부터 몸을 받았지만 그보다 앞선 우주의 거대한 질서에 대한 막막한 궁금증이 있다. ‘구름 한 장이 엽서처럼 수면으로 스며드는’ 풍경은 마치 절대자의 세계처럼 신비롭다. 그러니까 내가 이 세상에 온 것 또한 누군가의 편지일 수 있다는 발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착신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 그리하여 시인은 구름엽서에 사연을 적어 기러기 떼에 부친다. 착신지를 모르는 우리의 엽서들, 끊임없이 날고 있는 기러기 떼여, 부디 잘 전해주기를.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