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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정한용



소나무가 젖고

벤치가 젖고

망초꽃 흰 살이 젖는다

강물이 젖고

강변 모텔에 새겨진 연인들의 내밀한 약속이 젖는다

한반도가, 그 갈비뼈가 흠뻑 젖는다

빗방울이 내리시는 동안 하늘이 젖고

엿 같은 밤낮이 젖고

부도수표 같은 공약이 젖고

말 많은 자들의 세 치 혀가 젖는다



피,가,와,요



세상이 폐수로 부풀어

당신을 향해

검붉게 흘러간다

흰 꽃도 둥둥

하염없이 하염없이

떠내려간다



- 정한용 시집 ‘흰 꽃’ 중에서


 

올해는 고구마가 단맛이 없다. 단풍색깔도 예전처럼 예쁘지가 않다. 가뭄 탓이다. 가뭄은 계속되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내년 농사가 걱정이라고 한다. 충청지역은 금강의 물을 바닥난 보령댐까지 거꾸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지금 당장 하염없이 하염없이 빗방울님이 내려오셔야 하는 것이다. 부도수표 같은 정부의 공약은 찢어진지 오래다. 정부는 국민의 반대여론도 불구하고,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의 한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획일화된 역사관을 강요하려한다. 정권을 잡고 정권을 이어가려는 세 치 혀는 마를 새가 없다. 비가 내려야하는데, 당신과 나의 망초꽃 만발한 강과 한반도의 바짝 마른 갈비뼈까지 적셔줘야 하는데, 검붉은 폐수에 떨어진 흰 꽃이 나와 당신을 향해 둥둥 떠내려오는 엿 같은 밤낮이다.

/김명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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