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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노을치마

 

노을치마

/유 헌



봉창에 달그림자 열브스레 차오르고

여유당 시린 눈빛 버선발로 서성일 때

상사련 구듭치는 강, 구강포 가슴 섞네



마재 너머 강진 땅 짭조름한 눈물걸음

촉초근한 눈시울은 한 쌍의 학이 되어

만덕산 된비알 넘고 두물머리 둥지트네



깁고 엮은 애틋한 정 신혼의 단꿈 어린

병든 아내 낡은 치마 초당에 전해지니

천리 길 적시는 울음, 하피첩 되었다네



세월은 가량없어 붉은 천 바랬으나

귤동 마을 대숲마다 고샅고샅 어귀마다

노을빛 치맛자락에, 얼룩져 타는 속울음

 



 

 

 

사랑하는 마음이 깊으면 그리움의 긴 끈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천리를 간다고 한다. 경기도 두물머리 마재와 전라도 강진은 다산 정약용의 유배로 하여 이웃사촌이 되었다. 다산의 유배시절 부인 홍씨는 천리 머나 먼 적소의 님에게 그리움과 사랑의 징표로 붉은 치마 6폭을 보냈는데, 그에 대한 화답으로 그린 그림이 다산의 ‘하피첩’이다. 이 시에서 ‘마재’마을과 ‘귤동’마을의 산하는 ‘붉은 천’으로 하여 하나가 된다. 강진의 ‘노을’은 마재의 ‘붉은 치맛자락’과 조응하여 아름다운 ‘노을치마’를 펼친다. ‘열브스레’, ‘구듭치는’, ‘촉초근한‘, ‘된비알’ 같은 시어들이 노을치마에 덤으로 얹혔다. /김선태 시인·목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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