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화엄
/박찬
꽃에 싸여 있네
향기로운 꽃
향기에 싸여 있네
세치 현 끝으로 피워올린
꽃
그 꽃 속에 장엄한
당신을 보네
말에 대한 어떤 기억들이 행복할 때도 있지만 늘 비수처럼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다. 수업을 해야 하고 또 학생들과 마주하는 필자의 일상이어서 말을 앞서서 하게 된다. 교훈적인 가르침에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 말의 성찬이 많을수록 실수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대사회의 문명을 걸어보면 온갖 공해로 심신이 고단해지는 일들이 대중 속에 갇혀 지내는 말들의 성전이 아닌가 싶다. 길로부터 멀리 떨어진 그 길을 다시 볼 수 없는 먼 꽃밭엔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사람들 사이에 꽃이 피고 사람들 사이에 눈물이 나는 말들의 엄숙한 경전을 돌아본다. /박병두 시인·수원문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