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迷妄)
/이태수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내가 자꾸 작아진다
작아지고 작아지다가 점이 된다
점이 점점 더 조그마해진다
눈 뜨지 않고 앉아 있으면
보일 듯 말 듯하던 점 하나
차츰차츰 더 커지기 시작한다
구르는 눈덩이처럼 자꾸 더 커진다
또다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무거워진다
-이태수 시집‘침묵의 결’ / 문학과지성사
결국, 자신을 다스리는 일이 가장 어려울 것이다. 나이 들어갈수록 스스로를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질 테고. 작아지는 듯 그러나 다시 감당 못할 정도로 크고 무거워지는 나! 욕망은 늙지도 않는다. 자신을 크게 생각하는 것과 작게 생각하는 것, 젊어서는 크고 무겁게 생각하자, 왜냐면 세상의 중심에 뛰어들려면 의욕이 넘쳐야할 테니까. 나이 들어서는 작아지는 연습이 필요할 테지. 세상에 대한 간섭을 줄이는 일, 그리고 남겨진 짧은 길에 대한 생각, 그 끝에 약간의 섭섭함을 남겨두는 일, 남겨진 자들이 때때로 음미할 한 움큼의 그리움.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