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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수더분함의 미학

수더분함의 미학

                               /우종태



다림질 하지 않은 세간이 죽담에 누워있다

주름진 뱃살을 내놓은 쪽마루 누더기 옷을 깁은 흙벽

그 옆 멀뚱하게 서 있는 기둥

햇살에 구겨진 혀를 내민 처마

마루아래 낮잠을 자는 녹슨 삽과 괭이

부러진 낫자루

도둑고양이의 발길처럼

번지가 없다

시골집 세간은 오래된 대소쿠리 같아서

타작한 콩깍지 같아서

빈 마당을 쓸어도

한낮 우렛소리를 들어도 곧 적정寂靜이다

- 우종태 시집 ‘한옥, 詩로 짓다’


 

 

 

속도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 속도를 놓칠세라 우후죽순 늘어나는 빌딩과 도로와 실시간으로 전해오는 소식들과, 우리는 그 모든 것에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마음에 평안함이 없다. 이 시는 그러한 우리의 획일화되고 각진 삶에서 벗어나 있는 풍경을 보여준다. 낡고 오래된 시골집을 시인만의 해학적이고 재치 있는 솜씨로 의인화 하고 있다. ‘주름진 뱃살을 내놓은 쪽마루’ ‘멀뚱하게 서 있는 기둥’ ‘햇살에 구겨진 혀를 내민 처마’, 마치 모든 세상사 그러거나 말거나 달관한 듯한, 익살스러운 표정의 달마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서 독자에게 절로 미소 짓게 한다 ‘시골집 세간은 오래된 대소쿠리 같아서’, ‘타작한 콩까지 같아서’, ‘한낮 우레 소리를 들어도 적정인 집’,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모나지 않고 무던한 미학이 그리워진 걸까. 저처럼 소탈하면서도 품 넓은 고요에 한 번쯤 발을 들여놓고 싶어진 걸까.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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