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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또 하나의 청춘

 

오랜 만에 앨범을 들춰보았다. 내 청소년기 사진부터 결혼사진 그리고 아이 둘 낳아 키운 세월이 고스란히 이 안에 들어있다. 세월이란 게 얼마나 끊임없이 흐르는지 그리고 정직하게 나를 이곳까지 이끌고 왔는지 신기하고 절실하기도 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바다낚시를 좋아해서 시간만 나면 서해바다로 향했다. 그런 아빠의 영향인지 아이들도 바다를 좋아했다. 큰 아이는 입술이 시퍼렇다 못해 다 부르터도 파도타기를 하며 놀았고 작은 아이도 꼬물거리는 게를 잡고 모래를 퍼다 소꿉놀이를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나는 가족들 식사 준비하고 아이들 보살피며 며칠씩 텐트 속에서 놀곤 했다.

안면도 어디쯤이었던가. 낙지를 잡았는데 큰 녀석이 낙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낙지를 통째로 입에 넣으려하니 낙지 발이 하나는 얼굴에 붙고 하나는 목을 감쌌는데 그래도 먹겠다고 입을 벌려 낙지 다리를 따라 움직이던 모습이 얼마나 우습고 재미있는지 카메라에 담았는가 하면 첫돌이 막 지난 딸아이를 튜브에 태워 물 위를 끌고 다녔는데 물에서 잠이 든 모습이 보면 볼수록 귀엽다.

세월이 지나면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잊고 살았던 지난 시간이 새삼 되살아난다. 여행을 자주하다보니 경비를 줄이려고 텐트를 쳤고 식사는 메뉴를 정해서 미리 준비해가고 가급적 입장료를 내는 곳은 피했다.

물놀이 하고 나면 아이들 씻길 물을 떠가고 바다도 매표를 하지 않는 새벽시간에 들어갔다. 말 그대로 기름 값과 아이들 간식비만 있으면 며칠 씩 여행하던 시절이다.

그때가 삼십 대 초반이었으니 나나 남편이나 젊고 풋풋했다. 그래도 그 당시는 그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때였는지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집 장만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이들 사교육비 대느라 진땀을 뺐다. 친구들을 맘껏 만나지 못해 억울한 마음도 들었고 아이들에 매여 하고 싶은 것을 못해서 내 청춘 돌려달라고 아우성도 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살면서 가장 활달하고 힘찬 시간들이었다. 열심히 돈 벌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싸움도 했다. 폭포에서 뛰어내리고 거친 파도와 맞서보기도 하고 지리산에서 죽음과 맞서 보기도 했다. 아름다운 시절이다. 심통이 잔뜩 난 사진을 보면서 키득키득 웃어도 본다.

그때보다는 몸도 많이 불었고 머리도 희끗희끗해서 새치염색을 해야 하지만 앞으로 몇 년 후에 지금의 나를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것이다. 여기저기 욱신거리고 밤잠을 설치기도 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어르신들이 다섯 살만 깎아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하듯 살아있는 날들 중에 오늘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하루 허투루 살면서 나이를 탓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는 말자.

사진 속의 풋풋함은 아닐지라도 지금이 또 다른 날의 청춘임을 생각한다면 움직이고 또 움직이면서 추억을 만들고 경험하고 느끼고 사랑해야 한다. 아직은 이런 말들이 절박하지 않아 잘 실천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책임질 줄 아는 사람, 내 나이를 책임질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흑백의 세월을 뒤적이면서 남은 날의 청춘을 찾아 다시금 분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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