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2
/문효치
베어보면
그 속은 새벽이다
엊저녁 달빛
아직은 젖은 채
갈잎더미 밑에 있고
그 달빛에 미쳐
울던 풀벌레소리
여운으로 날아다니는데
그래도 여명의 소근거림은
시간의 옷자락에
푸르스름 물들어
저 언덕을 넘고 있나니
-문효치 시선집 ‘각시붓꽃’에서
물소리를 칼로 베면 그 속에는 새벽이 들어 있다. 엊저녁 달빛도 그 밑에 아직 숨어 있고, 달빛에 미쳐 울던 풀벌레소리도 여운으로 따라 나온다. 사라지는 여명의 푸른 소근거림까지 붙들어 두었다. 서정의 극치라 할 만하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그 물소리를 들으면서 그 속에서 감히 상상해내기 쉽지 않은 이 한 폭의 그림 같은 정경을 탄생시켰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