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
/이학성
말을 채 익히기도 전인
아이가
턱을 괴고 한참을 앉았다가 입을 열었다지요
어머니, 어머니 이리로 와보세요
햇볕이 요 꽃잎 속으로 들어가려고 해요
그래서 노랑꽃들이 스르르 입을 활짝 열었어요!
봄이 지나가려면 아직 먼 옛집 마당
- 이학성 시집 ‘고요를 잃을 수 없어’ / 하늘연못
말을 채 익히기도 전인 아이는 인생의 초봄이리라. 초봄이 바라보는 생生이란 햇볕이 꽃잎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시점이리라. 아이를 닮은 노랑꽃들은 햇빛을 받아내기 위해 스르르 입을 열어주고……. 꽃 속에서 햇빛과 뒹군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더러는 꽃을 기억할 테고 더러는 햇빛의 존재조차 잊어버렸을 테지. 이 시의 화자는 여전히 그 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옛집 마당의 아름다운 봄이 다 지나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기어이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다. 어른이 되어 만지작거리는 그리운 시절이다.
/이미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