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작
/강정
어젯밤엔 집으로 돌아가던 나의 그림자가 죽었다
문지방 앞에서 흘러내린 어둠엔 꽃 냄새 가득했다
달의 뒤편으로 추락하던 지구가 새로운 별을 임신했다
창가에 남아있던 냉기가 시간의 한 틈을 쪼개었다
문득 별이 터지니 죽은 내 얼굴이 해바라기처럼 웃었다
십년 전의 벚꽃들이 폭약처럼 터졌다
이제 나는 슬프지 않을 거야, 라고 노래 부르며
한 아이가 문밖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낡고 메마른 굴렁쇠가 수평선 바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강정 시집 ‘키스’
시작 이전엔 죽음이나 어둠 혹은 추락, 가라앉음 같은 것들이 있다. 그러한 요건들을 바탕으로 새로움은 탄생한다. 하루의 마감은 언제나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오늘 하루를 되돌아본다.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반성과 후회와 만족과 교차하는 여러 감정을 통해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계획한다. ‘달의 뒤편으로 추락하던 지구가 새로운 별을 임신하고,’ ‘창가에 남아있던 냉기가 시간의 한 틈을 쪼개며 문득 별이 터지니 죽은 내 얼굴이 해바라기처럼 웃었다.’ 하는 시인만의 감각적인 표현에서 이러한 상황들을 읽는다. ‘이제 나는 슬프지 않을 거야,’라고 노래 부르며 한 아이가 문밖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가는 모습과 낡고 메마른 굴렁쇠가 수평선 바깥으로 가라앉고 있는 풍경들, 우리는 늘 미래를 기다린다. 새롭게 열리는 아침의 희망 속에서 한 뼘씩 키를 키워나간다. /서정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