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드라마
감독 : 조정래
출연 : 강하나/서미지/손숙/오지혜/정인기
1943년, 천진난만한 14살 정민(강하나)은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다.
정민은 함께 끌려온 영희(서미지), 그리고 수많은 아이들과 함께 기차에 실려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일본군만 가득한 끔찍한 고통과 아픔의 현장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귀향’은 타향에서 죽어간 20만 명의 위안부 피해 소녀들을 넋으로나마 고향으로 데려오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영화다.
열여섯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돼 소각 명령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강일출 할머니는 어린 소녀가 피부로 느낀 두려움과 일본군의 잔인함을 여지 없이 증언한다.
특히 그녀는 미술심리치료를 통해 ‘태워지는 처녀들’을 철저히 재현해 전쟁 속에 희생된 어린 소녀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했다.
2002년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게 된 조정래 감독은 할머니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조 감독은 할머니들이 겪은 고통을 영상으로 기록해 ‘쉰들러 리스트’(1993), ‘인생은 아름다워’(1997), ‘피아니스트’(1997) 등의 영화와 같이 문화적 증거물로서의 역할과 함께 많은 이들에게 기억됐으면 하는 진심을 담아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에는 손숙을 비롯해 오지혜, 정인기 등 연기파 배우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영화 속에서 위안부로 잡혀갔다고 탈출해 생존하는 어린 ‘영희’ 역의 현재 역할 ‘영옥’ 역을 맡은 손숙은 시나리오를 읽고 노개런티 출연 의사를 밝히며 영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아물지 않는 상처를 감추고 살아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모습을 50년 내공의 선 굵은 연기로 표현해 감동을 선사한다.
배우 오지혜와 정인기는 극중 ‘정민’의 어머니, 아버지 역으로 분해 눈앞에서 끌려가는 어린 딸을 보낼 수밖에 없던 슬픔을 스크린에 녹여내 먹먹한 울림을 전한다.
또 각 분야 스태프들 역시 재능기부로 참여,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명감을 드러내며 뜻깊은 동행에 함께했다.
특히 영화는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관심으로 완성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후원을 받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도입한 ‘귀향’은 2002년 시나리오가 완성된 이후 14년 만에 정식 개봉을 할 수 있게 됐다.
영화를 위해 7만5천270명의 후원자가 힘을 보탰으며, 12억여 원의 제작비가 모아졌다.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는 10여분간 이어지는 후원자들의 이름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삽입돼 감동을 더한다. 영화는 24일 개봉한다./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