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 중견작가인 이은숙의 ‘실과 빛-관계의 시작’展이 오는 12일부터 6월 19일까지 파주 블루메미술관에서 열린다.
‘관계성’에 주목한 블루메미술관은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형성되는 여러 형태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전시로 꾸민다. 그 포문을 여는 이은숙 작가의 ‘실과 빛-관계의 시작’전은 관계의 거리와 크기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설치작품 5점을 선보인다.
이은숙 작가는 10여 년간 가족과 남북관계를 주제로 작업했다. 실제로 실향민인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본 이 작가에게 남과 북이라는 분단국가의 관계는 역사인 동시에 개인적인 것이다.
베를린 장벽 앞에 한국 이산가족 5천명의 이름이 적힌 분단의 벽을 세우고, 베를린의 남북대사관을 실로 잇는 퍼포먼스 등을 진행해 온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다시 가족이라는 주제를 풀어낸다.
이 작가는 형광실을 풀어내 만든 투명상자를 통해 가장 작은 단위의 인간관계 안에 다양한 이야기와 희로애락의 감정들이 담겨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한올로 풀려있거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들은 맺거나 풀어야 할 관계의 여러 양태들을 나타내며, 블랙라이트에 반응하는 형광빛들은 바쁜 일상의 삶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관계맺기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지역 청소년들과 사전워크숍을 진행, 관계속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공유하고 그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
이은숙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되는 사람 사이의 작은 이야기, 한 올 실같이 사소하고 가는 빛처럼 약해보이는 그 대화의 시작점에서 관계의 집이 지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집을 짓기 위한 시간과 공간을 펼쳐놓은 곳이 미술관 공간이고 이 안에서 대화의 실을 잣고 이야기와 관계의 방을 만들어나간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