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보다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모은 ‘스캔들 세계사’ 시리즈로 역사에 대한 호기심과 역사책 읽기의 즐거움을 안겨준 작가 이주은이 더욱 강력한 재미와 놀라운 이야기로 가득한 ‘은밀한 세계사’로 돌아왔다.
이 책은 빅토리아 시대 만연했던 질병인 ‘여성 히스테리’의 기상천외한 치료법을 비롯해 로맨틱 동화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원작에 숨어 있는 무시무시한 코드, 프랑스 마지막 애첩이 왕을 사로잡은 뜻밖의 비결 등 성(性)과 폭력 등 어른들의 영역에 속하는 자극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이야기 14편을 모았다.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가 ‘나라를 말아먹은 천하의 악녀’가 된 이유도 흥미를 돋우는 꼭지다. 인쇄기술의 발달로 갓 등장한 잉크 냄새 폴폴 풍기는 ‘전단지’라는 것이 새롭고 신기한 물건이었던 프랑스 혁명 당시, 분노한 시민들의 표적이 된 적국 오스트리아 출신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정치적인 프로파간다(선동)는 신기술인 인쇄기술과 결합한 전단지로 파리로, 프랑스 전역으로 배포됐다. 그 악의적인 프로파간다의 영향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악녀’ 이미지가 널리 퍼졌고, 그렇게 고착화된 이미지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것.
또한 중세 유럽을 휩쓴 남자들의 패션 이야기는 중세의 명화들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주제다. 남자들의 ‘그곳’을 강조한 코드피스(Codpiece, 샅보대)는 중세 유럽판 ‘상남자’ 패션이랄 수 있는데, 마초적인 왕 헨리 8세가 즐겼다고 전해지고, 처녀왕 엘리자베스의 집권 이후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는 점에서 패션과 정치의 역학관계를 엿볼 수 있다.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