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김효연
네안데르탈인이 지상에서 사라지는 동안
보행기가 치매 할머니를 어디론가 데려가는 동안
뇌수막염이 그녀 뇌를 절반 넘게 파먹는 동안
배꼽이 탯줄을 놓치는 동안
한 남자가 백골로 건너가는 동안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핥으며
복지학 개론서를 뒤적이며
밑줄을 나이프로 자르며
골머리 식히려
나는 남쪽의 휴양지를 향해
가고 있다
- 김효연 시집 ‘구름의 진보적 성향’ / 시인동네·2015
인류의 개개인은 증인으로 이 땅에 왔다. 서로를 바라보며 보행기의 아기가 어떻게 보행기에 의지해 걷는 할머니가 되는지를, 인간이 우주의 배꼽에서 어떻게 떨어져나가는 지를, 한 멋진 신사가 어떻게 백발로 늙어가는 지를, 구부정한 노인네가 어떻게 지상에서 사라지는 지를…, 서로를 거울처럼 들여다보며 최초 네 발의 짐승 인간이 허리를 꼿꼿이 세운 지성의 직립인간으로 진화되는지를 증명하러 이 지상에 도달한 것이다. 밥도 먹고 철학 서적도 뒤적이고 휴식하러 따뜻한 휴양지를 찾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그 자체로 나를 증명한다. 또 삶을 살아내면서 수많은 타인의 삶의 증인이 된다. /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