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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단축 3번

단축 3번

                                 /주강홍



어머니에게서는 3번이었고

나에게서는 8번이었습니다

항시 1번이었지만

언제부터 뒤로 밀려나신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화들짝 놀란 까만 밤에도

한 번도 꺼놓지 못한

그 많은 새벽도

유난히 많이 닳은 3번과 함께 이제 접으려 합니다



누구를 지우고

지워지는 데 익숙해 있지만

전리층을 뚫고 화답으로 오실 것 같은

달빛 같은 음성이

귀밑에 매달려 차마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제 정한수란 사발의 치성을 강물로 모아

기억의 가지 하나를 떠내려 보내려 합니다



- 시집 ‘망치가 못을 그리워할 때’

 



 

시인은 가족 간 서열을 은연중 단축번호를 통해 풍자하고 있다. 아니 반성하고 있다, 후회는 늘 때늦다. 시에서 3번으로, 8번으로 밀려난 건 누굴까? 두 거리의 꼭짓점에 놓일 사람은 아버지일 것이다. 어머니로도 읽힐 수 있는데 문맥상으로 보면 그분은 어머니도 나도 아닌 제3자일 가능성이 크므로 아버지로서 상정하고 읽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가장의 확고한 위치에서 언제부터인가 차츰 밀려나 어머니에게마저도 자식들 다음에 놓이게 되는 아버지의 자리를 새삼 떠올리며 가슴을 치는 시인은 그분에 대한 그리움과 회한으로 쉽게 번호를 지우지 못하는 것이다. 살아계신 듯 아련한 음성이 귓가를 맴도는 것이다. 부모님은 내게 몇 번을 부여받고 계신가. 쓸쓸한 달빛 너머 혼령마저 그리운 저녁이다.

/이정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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