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사리
/박순호
바위 하나 굴러떨어졌네
각으로 세워졌던 삶이
강바닥을 떠돌면서
파도에 휩쓸리면서
바람이 베어가고
햇살이 파내가고
다 내어준 뒤
바위의 몸에서 뭇별 같은 모래알
사리가 쏟아져 나왔네
- 박순호 시집 ‘승부사’
인생은 고행의 연속이라 했다. 오고 싶어 온 것도 아니다. 하늘에서 느닷없이 뚝 떨어진 생명을 죽을 때까지 어찌 하건 간에 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생명을 이어가는 일이 녹록한 일이 아니다.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면서 그래도 죽을 때까지는 살아야 한다는, 이 막무가내의 숙명이 살아갈수록 아프게 한다. 그래도 인간의 가치와 꿈을 이루어 가려는 노력이 간단없이 지속되면서 종내는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기도 한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