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알이
/정진규
아기 천사께서 옹알이를 시작하신 아침 나와 모든 것들의 사이가 한결 좋아졌다 無事通過다 옹알이는 의미도 무의미도 다 통한다 하느님은 그것만 가르쳐 보내셨다 나의 말씀들을 잠시 반납했다
※우리 집엔 지금 天使 한 분이 와 계신다. 딸이 아기를 낳았다(2004. 5).
- 정진규 시집 ‘껍질’ / 세계사 / 2007 우수문학도서
천사 같은 아기가 집에 와 계셔서 어른들의 혀 짧은소리와 웃음소리가 온 집안에 종일 가득합니다. 작은 풀꽃같이 귀여운 입을 오물거리며 주먹을 빨던 아기천사가 배에 힘을 주어 최초의 말을 걸어왔을 때 그곳의 아침은 환호로 가득했겠습니다. 아기만의 말을 하면서 방긋방긋 갸웃갸웃하면 저절로 몸짓들이 가벼워지고 집안의 기운까지 명랑해집니다. 모든 것은 일단 무사통과입니다. ‘옹’ 소리만 내도 ‘알’ 소리만 나와도 감탄하지요. 눈 마주치며 옹알옹알 대는 소리 하나하나가 그저 의미심장합니다. 꾸밈도 뜻도 필요 없습니다. 아기와 눈 마주치며 함께 옹알이하면 만사 통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 있는 분, 아기천사이십니다.
/김은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