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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계절 보내기

 

5월은 여러 가지 일로 바쁜 달이다. 행사도 많고 챙겨야할 날들도 많고 찾아다닐 곳도 한두 곳이 아니다.

하물며 시골 삶에서는 더더욱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소득으로야 별 의미가 없지만 가족들 먹을거리를 위해 때를 놓치면 안 되는 파종과 모종이며, 벼농사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모내기가 5월에 모여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달라 기계로 한다지만 그래도 뒷손이 여간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아침저녁으로 놀러가는 곳은 청평 시내를 북쪽 방향으로 조금 벗어난 곳으로 하천리에 소재하는 자연부락으로 이름도 예쁜 마지기 마을이다. 마을회관 앞에 냇가를 끼고 있는 천여 평 남짓한 논이 있는데 모내기를 하고 나면 이른 아침과 저녁때는 나의 놀이터가 된다. 이양기로 모를 낸 뒤에 빈자리가 있거나 논 가장자리 구석 같은 곳은 직접 모를 심어야 한다. 올해도 지난 22일 모를 냈고 매일 아침저녁 이면 논으로 간다. 물론 일을 덜하고 되는대로 수확하면 되겠지만 그래도 운동삼아 하는 일이고 가족들의 식량을 친환경으로 재배해서 나누어 먹는다 생각하면, 힘들다 하기보다는 즐거운 마음이 들고 이 또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우리 집 보배인 두 며느리들에게 좋은 것을 먹게 해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더욱 건강할 것이란 생각에서는 뿌듯함마저 생기는 게 사실이다.

오년 전 이곳에 어렵사리 논을 장만해서 벼농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마을 친환경 영농회 사람들의 도움과 어린 시절 기억을 더듬어 열심히 농사일에 임했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으로 농사일을 시작할 때는 마을회관에 연세 많으신 어른들이 걱정을 많이 했단다. 앞서 농사를 지은 사람이 제초 작업을 안 해서 떨어진 씨앗으로 인해 논에는 피와 잡초들이 많았다. 그래서 제초제를 안 뿌리고는 농사를 못 지을 거라 생각 하셨단다. 모내기를 한 후에 며칠간 뜬 모를 마치고 나서 김매기를 하는데 사실 장난이 아니었다. 특히 피는 벼와 생김새도 같은 것이 논바닥을 모두 채워 놓았으니 엄두도 안 났으니 마을 어른들이 보시기에도 초보농사꾼 걱정이 보통이 아니었으리라. 아침저녁으로 낮에도 시간이 되면 집 사람과 논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해서 김매기를 한 달여 정도하니 논이 말끔해졌고 벼가 쑥 자라 올라오니 잡초들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를 못했다. 그런데 힘들 것 같은 김매기도 재미를 붙여 보니 여간 재미가 있고 운동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발바닥으로 느끼는 논바닥 질흙 촉감도 좋지만 나온 배도 들어가고 몸도 가벼워지는 것이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으로 뜬 모는 얼추 끝난 것 같은데 올해도 제초 작업은 만만하지 않을 것 같다. 작년 가을걷이를 마친 후 가평군에서 마을 침수를 예방할 목적으로 논 옆으로 콘크리트로 수로 공사를 해주어 논두렁이 필요 없기에 굴삭기를 임대해서 논두렁을 파헤쳐 논을 넓히게 되었다. 그 뒤 논두렁에 있던 풀들이 논바닥으로 흩어져서 그런지 뜬 모를 하며 보니 잡초가 너무나 많아 보였다. 처음엔 잡초로 정신없던 논도 잡초를 뽑고 보면 힘은 들어도 기분은 상쾌해지고 마음은 뿌듯해진다. 올 오월은 집 안팎으로 많은 일들로 정신없이 보낸 오월이다. 유월엔 논 김매기뿐이 아니고 나의 삶도 찬찬히 들여다보며 김매기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으로 계절의 여왕 오월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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