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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

                                /오명선



달 속에 태양이 살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모래알의 체온에서도 사막을 읽을 수 없었다

내가 있던 자리에는 내가 없고

우물이었던 젊은 날은 바닥을 보인다

수천만 년 묵은 바람은 돌 속의 수맥들 밟으며 명을 잇지만

내 기억은 백년도 살지 못한다

달짝지근한 날들을 되씹어보니

내 속을 빠져나간 내가

오래된 레코드판처럼 지직거린다



- 시집 ‘오후를 견디는 법’ / 2012

 



 

돌아서면 장미가시에 찔린 피의 한 방울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나지 않아서 현관문 앞에서 비밀번호에 몰두한 식은 땀 나는 경험이 있다. 방금 전에 만졌던 내 차가운 체온을 내가 기억하지 못해서 이별의 아픔을 잊은 채 세 번째 일곱 번째 사랑과 바닷가에 도착한다. 시인이 이야기하는 내가 있던 자리에 내가 없고 우물이었던 젊은 날은 바닥을 보이는 쓸쓸함과 마주하지만 바닥이 놓지 못하고 기억하고 있는 내가 분명 있을 것이다. 백년도 살지 못하는 기억을 잡고 우린 야생화 꽃에 몰두하고 산길에서 만난 다람쥐를 두 손에 올려도 놓는다. 뒤돌아보면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에도 분명 냄새가 있고 차가움과 따듯한 테두리가 있다. 나를 빠져 나간 내가 숲으로 강으로 다리로 건너뛰었던 오래된 레코드판이 내는 소리마저 그리운 날이다. /정운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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