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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국회의원 세비반납 유감

 

4·13 총선 분위기가 한창 달아오르던 선거 2주일 전, 새누리당은 5대 핵심공약을 1년 안에 완수하지 못할 경우 1년간 세비를 반납하겠다는 서명운동을 펼쳤다. 당시 당대표였던 김무성 의원, 원내대표였던 원유철 의원을 비롯하여 48명이 서명하였다. 그 중에 29명이 당선되었다. 이들이 정말 세비를 반납할지 궁금하다. 새누리당이 제1당 또는 과반수 정당이 되어야 세비반납을 실천할 것이라는 조건은 없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당연히 총선승리가 조건인 것으로 알고 있던 것일까? 5대 공약은 갑을개혁, 일자리규제개혁, 마더센터, 4050 자유학기제, 청년독립 등이었다. 대략 방향은 알겠는데 어떻게 되어야 공약이 완수되고 세비반납을 안 해도 되는지 모호하다. 어차피 세비반납은 정치 쇼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세비반납’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세비를 국고에 반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비반납’을 국고로 하지 않고 기부를 통해 사회에 헌납하는 것은 가능하다. 예컨대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19대 국회 개원이 늦어지자 한 달 치 세비를 반납했는데 이 또한 당 차원 기부 형식이었다. 따라서 국회가 세비를 반납한다고 해서 세금을 아끼게 되는 것도 아니다.



지각 개원 시 세비반납은 정치적 의지의 표현일 뿐

국회법에 따르면 20대 국회 개원을 위하여 7일까지는 국회의장단을, 9일까지는 상임위원장을 선출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행 헌법 출범 이후 13대 국회에서부터 지난 19대 국회까지 법정시한에 국회가 개원된 적이 없고, 평균 50일 이상이 지나야 원 구성이 마무리 되었다.

국민들은 이번에는 혹시 법정시한을 지킬까 하고 기다리고 있지만, 여야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얘기 대신 세비반납 얘기만 들려온다. “법정시한에 원 구성을 하지 못하면 세비를 반납하자”고 제안한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를 향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형적인 반(反) 정치 논리”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의원 1명의 세비는 1년에 1억3천796만1천920원이다. 하루에 37만7천977원이다. 따라서 50일 동안 원 구성이 늦어진다고 가정하면 1인당 1천890만원 씩, 전체 300명에게 총 56억7천만원의 세금이 무의미하게 쓰인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국회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서 세비반납을 하라는 주장이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개원하지 못하여 회의가 안 열려도 ‘무노동’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야의 원 구성 협상과정에서 각 당의 정체성이 드러나고 국정운영 방향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또 이미 개별적으로 의안제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역시 그냥 노는 것은 아니다. 지역구 활동을 하거나 언론 활동을 하는 등 입법과 국정통제라는 국회 본연의 임무를 위한 기초활동들을 ‘무노동’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금 가장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국회개원이 늦어지는 전통을 바로 잡을 기준이나 강행법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늦어져도 다음 21대 국회 개원은 제 때에 할 수 있도록 원칙을 마련하여 법에 명기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세비반납을 실천하려면 법에 규정해야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도 낮고, 실제로 세비를 반납한다고 해도 50여일의 국회공백을 대신할 수는 없다. 지난 IMF 사태 때 국무총리는 급여의 30%를, 다른 국무위원들은 급여의 20%를 자진 반납키로 결의했고, 하위 공무원들도 10%씩 급여를 삭감한 적이 있다. 이에 사기업들도 자진해서 급여삭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원하지 않았지만 강제적 분위기 때문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거나, 아예 명시적인 동의 없이 급여삭감이 이루어진 경우도 많았다. 나중에 상여금이나 퇴직금 계산에서 삭감된 부분을 포함하는 것인지 법정다툼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았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보여주기가 아니라 진정성이다. 세비삭감은 지각국회를 막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으로 이해하고 싶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시한을 지키거나 법으로 강제하여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는 것이 좋겠다. 장기적으로는 국회가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여 세비가 아깝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