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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배꼽사랑

 

배꼽사랑

                                        /문복희



태초에 문을 열고

내가 찾은 배꼽구멍

샤갈의 마을처럼

하얀 꽃이 피어난다

달팽이 소우주 사랑?

눈을 감고 기다린다



뿌리 깊은 탄생의 씨

거룩한 평화의 방

볼 수 없는 바닥까지

길도 없이 내려간다

영혼의

거대한 감옥

깊은 울음 채워간다

 



 

어머니와 내가 한 몸이었던 것을 기억하는 배꼽. 우주창조의 빅뱅이 일어난 핵(核)처럼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역사의 중심이 배꼽이 아니던가. 내 생명의 시원(始原)이었던 엄마의 흔적. 돌이켜 보면 원래 배꼽도 없는 존재처럼 근원을 잊고 살아왔다. 세상을 한 바퀴 돈 듯 지친 생애의 어느 오후 문득 아들의 배꼽에서 나를 본다. 달팽이처럼 시간을 감싸고 있는 어머니를 본다. 탄생과 이별이 공존하는 평화의 방을 본다. 떨어져 있으면서도 단 한번도 떨어져 살아서는 안 되는 사랑의 감옥에서 내 영혼의 울음이 들렸다. 시인은 왜 배꼽을 사랑하는지, 왜 우주를 배꼽에게서 찾아야 하는지 진리를 노래하고 있다. 인사도 못하고 떠나보낸 어머니처럼 나를 만드신 원초적 사랑을 떠나보낼 뻔한 나에게 배꼽사랑은 존재에 대하여 시간에 대하여 지워지지 않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윤환 시인



- 문복희 시조선집 ‘싸리꽃’ / 2012년· 영성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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