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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새벽 꿈

 

새벽 꿈

                                  /김연숙



집 앞 계단을 오르려는데

계단 끝에 혼자 앉아 고개 숙인 채

갈색 재생 노트에 낙서를 하고 있는

한 여자를 보았어

쓰여 있는 글자들을 보았지만

잊어버렸어 다만 그녀가,

제 인생을 묻고 있구나

길을 찾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

내 눈길이 가닿자 무안한 듯 웃으며

얼른 가슴 쪽으로 글자들을 가리는

그녀는 그러나

남의 운을 읽어주는 점쟁이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내 시집 언제 나올 거냐고

그것이 내게, 무엇이 되겠느냐고

- 김연숙 시집 ‘눈부신 꽝’중에서

 



 

화가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다. 시인이 시집을 내는 것은 시에게 집을 지어주는 거와 같다. 시인이 다 시인이 아니고 시집을 내야만 비로소 시인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시인이 시집을 낼 때는 설렘도 있겠지만 내 시집 언제 나올 거냐고 꿈을 꿀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시가 무슨 힘이 되느냐 묻는 요즘, 시가 시집이 시인에게 무엇이 되겠느냐 그 의미를 묻는다면 그저 고개가 깊어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시를 쓴다. 선과 악, 지능, 무의식, 레시피가 뭔지 모르는 인간은 난해한 책이다. 약한 자와 소수의 편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이 인간에게 대항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김명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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