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7 (수)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아침시산책]내가 물이다

 

내가 물이다

                                        /김유선



내가 물이다 실컷 먹어라

뼈다귀까지 먹어라



네가 물 먹인 물이다

물에 체한 물이다

마른 수건으로는 지워지지 않는

물의 흔적, 오래된 그림이다

물로 닦아야 지워지는 물의 뼈다귀다



혼자 있으면 불안해져

이 방 저 방의 문틈을 기웃대는,

기웃대다가 지레 돌아서는

겁 많은 그리움의 갈증이다



만만한 줄 알았다

오늘 그 물에 체했다.

-김유선 시집 ‘은유의 물’

 



 

우리는 누구나 타인에 의해 그려진 물의 흔적들, 물 먹은 다음에 오래된 그림처럼 남게 되는 물의 뼈다귀를 지니고 산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들의 진정한 뼈다귀인지도 모른다. 그 그림은 때로는 붉은 장미의 윤곽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시퍼런 칼날의 그림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타인에게 어떤 물의 흔적을 남겼을까. 5월의 구름 한 점 같은 모양일까, 은빛으로 빛나는 물비늘의 형상일까, 아니면 타인의 마음에 성급하게 엎질러져 삐죽삐죽 튀어나온 거친 돌덩이의 모습은 아닐까,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 오만한 그리움을 그려놓지는 않았을까. 어디 한번 가만히 생각해보자. 생각해보고 잊고 있었던 사람에게 연락이라도 해보자.

/김명철 시인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