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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입가에 물집처럼

 

입가에 물집처럼

                              /김두안



달이 뜬다

해도 지기 전에 뜬다

나는 어둠이 보고 싶어

내 어두움도 보일 것 같아서

부두에 앉아있는데

달이 활짝 뜬다

달빛은 심장을 욱신거리게 하고

희번득 희번득 부두에 달라붙고 있다

아 벌리다 찢어진 입가에 물집처럼

달빛은 진물로 번지고 있다

달은 어둠을 뻘밭에 번들번들 쳐바르고 있다

저 달은 환하고도

아찔한 내 안에 근심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초병에게 쫓겨가는

통제구역인 것 같아서

나는 캄캄한 나를

어떻게든 더 견뎌 보기로 한다

 


 

우리 삶은 상처들로 막을 이루고 있다. 사라진 꿈들 혹은 누군가 내게 입혔던 내가 누군가에게 입혔던 얼룩들. 시인은 지금 달과 마주 앉아 있다. 고요한 달의 몸을 벗겨내고 있다. 벗겨내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불러내고 있다. 고백하고 있다. 상처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달 속에서 걸어 나온 것마다 모두 고통의 낯으로 서있다. 뾰족해진 빛의 혈족들이 번식해 환해지는 내면이다.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수심이 덧나 온 몸으로 번져간다. 썰물처럼 쫓겨 가다 밀물로 잡혀와 출렁이고 있다. 시인의 내면을 부풀리고 있는 달의 역동성이 빛나는 시이다.

/김유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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