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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칼럼]올림픽 기간 전당대회 하겠다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오늘 8월9일에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하루빨리 당을 안정화 시키기 위해 당초 예정보다 앞당겼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8월 9일이면 리우 올림픽이 한창인 시기이다. 특히 이때까지 한국의 메달이 걸린 게임이 23개이고, 축구도 두 게임이나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당연히 국민의 관심은 리우 올림픽에 집중될 것이다. 게다가 여름 휴가가 절정을 맞는 기간이다. 전국적인 피서 행렬 속에서 정치인들의 전당대회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대부분의 경우 정당이 전당대회를 하면 흥행 효과를 고려해서 일자를 결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번 새누리당의 결정을 보면 정반대로, 언제 해야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절묘하게 만든 일정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더욱이 그날은 주말도 아닌 평일이다. 한마디로, 우리끼리 조용히 할테니 관심 갖지 말라는 얘기이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국민의 관심을 끌수록 부담스러운 전당대회가 될 것이라는 예감을 자신들이 이미 갖고 있는 것이다. 우선 총선 참패 이후에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전당대회를 치르게 된다. 총선에서 정당이 그 정도로 참패했으면 당연히 원인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평가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계파끼리의 책임공방만 있을 뿐, 당 차원에서 공식적인 평가작업 조차 하지 못한 채 전당대회로 가려는 것이 새누리당이다. 패배에 대한 평가를 하지 않으니 혁신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래서 참패를 당했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것 없이 그냥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것이 지금 새누리당의 모습이다. 이쯤 되면 아무도 무서울 것 없는, 대단한 오기이다.

새누리당이 전당대회를 숨기고 싶어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도로 친박당’의 모습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다음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다시 당권을 잡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이미 친박계에서는 원유철·홍문종·이정현·이주영 의원 등의 대표 출마가 점쳐지고 있고, 특히 최경환 의원이 출마해서 당 대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총선 민의에 맞서 친박계가 당권을 잡는데 대해 비박계는 강하게 반발하지만, 막상 친박계와 승부를 겨룰만한 대안이 부재한 상황이다. 유승민 의원의 복당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의 당내 인물이 대표 경선에서 당선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새누리당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도로 친박당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고, 이는 민심을 거부하는 선택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은, 아니 친박계는 도대체 어쩌려는 생각인 것일까. 4·13 총선에서 그렇게 민심의 심판을 받았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당권을 잡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욕을 먹더라도 결국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정권만 다시 잡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등에 태워 대선에서 당선시키기만 한다면 대반전이 이루어진다는 환상 속에서 저런 무모한 질주가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반 총장이라 해도, ‘친박 후보’라는 낙인이 찍힐 때 과연 건재할 수 있을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여권세력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길들을 스스로 막아버리고 있는 모습이다. 친박계는 4·13 총선을 그렇게 망쳐놓은 것도 모자라, 내년의 대선까지도 망쳐놓기로 작심을 한 것 같다. 다른 누구보다도 이 나라의 상식적인 보수층이 분개할 일이다. 지금 야당에게 가장 고마운 정치세력은 친박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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