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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개구리의 찬가

 

논에 모를 내고 여러 날이 지나니 뿌리를 내리고 쑥쑥 자라 올라오는 모습이 아침마다 논을 찾는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논물 보고 잡초 제거하고 이양기로 모를 낼 때 겹쳐서 심어진 모를 뽑아서 빈 공간에 옮겨 심는 작업이 아침 운동이라 생각하고 두어 시간씩 논에서 움직이다 보면 적지 않은 운동량이라 아침 밥맛도 무척 좋다. 운동 삼아 하는 일이니 올해는 한 가지 더 아침 운동에 논두렁 깎기를 추가를 하려 한다.

논두렁 깎는 것도 제법 큰 논배미는 쉬운 일은 아니다. 벼농사를 짓다보면 논두렁 제초작업도 중요한 일중에 하나다. 덜먹고 덜하지 하면 그대로 안하고도 농사를 짓는 경우도 있고 제초제를 뿌리기도 하지만 친환경 농업에서는 제초제 살포가 금지된 행위이니 제초작업을 직접 하지 않으면 웃자란 잡초에 묻혀버린 벼는 삭아버리고 연약해진 벼는 논바닥 제초 작업을 위해 넣은 우렁이가 다 갈아 먹는다. 그래서 제초 작업을 풀이 많이 자라기 전에 해야 하고 보통의 경우 휘발유 엔진이 달린 동력 제초기를 이용한다. 그러나 동력 제초기를 이용하다 보면 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개구리가 있지만 개중에는 미처 피신하지 못하고 예초기 칼날에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허다하다.

집안에 새 식구가 들고 손자 볼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젊은 시절 붙들고 늘어진 화두, 살생이란 것이 요즘 다시금 나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허투루 들었던 옛날 어른들이 하신 말씀도 마음에 되새기게 되고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 특히나 목숨에 관하여는 미물이라도 소중하니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말에 새롭게 의미 부여를 하게 된다. 아무런 생각 없이 파리채로 툭툭 쳐서 잡던 파리마저도 언제인가부터는 매미채로 생포를 해서 밖으로 살려 내보낸다. 그러니 올해 들어 처음으로 모내기 전에 예초기로 논두렁을 깎을 때 예초기 칼날에 잘못되는 개구리를 보면서 논두렁 깎기를 편리한 예초기를 사용하지 않고 힘이 들고 불편하더라도 낫으로 자주 깎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하다보면 논두렁이 풀숲이 될 일도 없고 또한 개구리가 다칠 염려도 없다.

논두렁에 옆으로 서서 게걸음을 해가면서 가벼운 왜낫으로 풀을 툭툭 치면서 생각을 한다. 이렇게 하면 풀이 자랄 틈이 없고 예초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다치거나 생명을 잃는 개구리도 없다. 매일 매일 조금씩 하면 큰 힘이 드는 일도 아니고 앞으로 두어 달만 이렇게 하면 벼가 쑥쑥 자라고 8월이 지나면 그때는 굳이 깎지 않아도 되니 설령 힘이 좀 든다 해도 올해는 논두렁 깎기를 이렇게 할 생각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걸 알고 있는지 도망 가야할 개구리가 도망치지를 않고 내 앞에서 얼쩡거린다. 야! 이놈아, 빨리 가! 착한 내가 너를 툭 치기라도 하면 넌 죽음이야. 하면서 왜낫 등으로 논두렁을 치며 한마디 하니 논에 물속으로 첨벙 하고 뛰어든다. 개구리가 뛰어든 논을 보니 언제 알을 낳고 부화를 했는지 제법 자란 올챙이들이 참 많기도 하다. 지금도 밤이면 합창 소리가 대단한데 저놈들이 자라 앞발 뒷발이 나오고 꼬리를 떼어낸 뒤 개구리 되어 합창 대열에 합류하면 이 세상은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 하는 생각에 그래, 세상에는 소중하지 않은, 아름답지 않은 생명은 단 하나도 없지, 어쩌면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여름밤에 개구리가 목청껏 부르는 찬가 덕분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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