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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그때 나는 무엇을 했나

 

그때 나는 무엇을 했나

/이미산



끊어질 듯 이어지는

아버지의 숨소리가 불러 모은 어깨들

둘러앉아 하나의 언덕이 될 때

좁은 구멍을 빠져나가기 위해

아버지는 길고 가느다란 길이 되었다



단추를 만지작거리고

벽지에 핀 꽃 속으로 걸어가고

눈 감은 구름이 되거나 초침 위에 앉아

새로운 규칙을 꿈꾸며

우리는 함께 넘어온 언덕을 등진 채

각자의 행위에 몰두하는 방식으로

이 낯선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때 나는 무엇을 했을까. 눈조차 뜰 수 없었던 쇠잔한 기력 온 우주의 힘을 다해 버티고 있던 우리 모두의 아버지 불러 모은 어깨들은 감은 눈 속에 갇혀있고 그 좁은 구멍을 빠져나갈 때 가느다란 온기의 손가락을 잡아드렸을 뿐 이름을 불러보았다가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하면서 빨리 이 지루하고 고통스런 바람이 지나가기를 기도한 것은 아닐까. 그때 전화벨이 울렸고 친구는 눈이 내린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난 아버지를 등지고 창가로가 눈 마중을 한 것도 같고 떨리는 나목의 눈썹을 본 것도 같다. 그렇게 누군 바쁘다고 먼저 자리를 뜨고 누군 달려오고 있고 숨 방울은 점점 더디게 맺히고 떨어지고

/정운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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