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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 칼럼]남 지사의 ‘리빌딩’ 이런 뜻은 아닌지

 

재건축을 의미하는 리빌딩(Re-building) 이 스포츠 계에서 많이 쓰이는 데는 사연이 있다. 시간이 오래 지난 아파트나 건물의 골조가 조금씩 낡아지는 게 당연한 것처럼 ‘세월에 장사(壯士)없다’ 는 말은 스포츠에도 마찬가지다. 어느 팀이건 시간이 지나면 팀 골조나 다름없는 주전 선수들의 기량도 조금씩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땐 시기에 관계없이 ‘마음먹고 메스를 들이 대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 말한다. 이처럼 인위적으로 팀 체질을 강화하고 정상권으로 올라가기 위한 기틀을 다지는 인적 쇄신 작업을 재건축에 비유해 리빌딩 이라 부른 게 됐다는 것이다. 주로 프로팀, 그중 야구나 축구에서 많이 사용한다.

리빌딩은 해마다 꼴찌로 추락한 팀, 혹은 4위권 밖으로 밀려난 만년 상위권의 명문 팀에서 주로 단행한다. 메스를 대는 ‘집도의(執刀醫)’는 부진의 책임을 지고 중도 퇴진한 감독의 후임으로 영입된 신임 감독이다. 곧잘 다음 시즌의 목표로 내거는 슬로건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수술을 통해 당장 우승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팀의 체질을 강화함으로써 다시 정상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틀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뜻이 이렇다 보니 리빌딩을 내건 팀들은 대개 그동안 팀의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따져 노장선수들과 코치진을 정리하고 신진세력들로 그 자리를 채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조정은 아무리 냉혹한 스포츠계라 하더라도 홍역을 치루지 않고 마무리 할 수 없다. 특히 수혈된 신예들이 기존 선수들보다 더 큰 가능성이 있다 것을 증명한 것도 아니고, 성공에 대한 보장이 담보된 것도 없어서 그렇다. 따라서 혹독한 희생을 치루고 단행한 리빌딩이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땐, 성적과 팀워크, 팬들의 사랑까지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고 ‘길고 긴 암흑기’로 진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론이 길었지만, ‘기득권 타파와 수도권 집중 해소를 통해 대한민국을 리빌딩 하자’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제안을 떠 올리며 스포츠계의 리빌딩이 생각나는 건 왜 일까. 아마 이런 것 때문은 아닐까. ‘대한민국 리빌딩’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려는 남지사가 ‘대권’을 향한 ‘감독’이 되고 싶은 의지를 예전과 다르게 표현 한 것은 아닌지. 물론 이번 뿐 만이 아니라 그전에도 여러 차례 대권의지가 감지되어 왔지만, ‘대한민국 리빌딩’을 계기로 좀 더 구체화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이 같은 의중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미 정치권에선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사안이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유력한 잠룡으로 규정해놓고 벌써부터 견재구를 날리고 있지만 말이다.

경기지사면서 요즘 부쩍 전국적인 이슈화에 공을 드리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입으론 앞으로 도정에 더욱 충실을 외치면서 행보는 그 반대로 한다’는 여론도 그래서 존재 한다. 그중 하나가 최근에 남 지사가 제안한 “기득권 구조의 상징인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자”고 한 내용이다. 수도권 광역단체장이면서도 전국적인 민감 사항을 거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전국구 스타‘ 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폄하 여론도 있다. 그러나 최임2주년에 맞춰 내놓은 작심 발언이어서 전자에 더 힘이 실린다.

경제 분야에 대해서도 예전과 다른 소신을 자주 피력한다. 얼마 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이런 표현도 썼다 “경제 분야는 한국 축구에 비유하고 싶다.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삼성과 현대라는 두 명의 스트라이커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스트라이커가 반칙을 하지 못하도록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상생도 강조 했다. ‘연정’과 ‘넥스트 경기’를 외치며 경기도 경제만을 챙기던 지사 초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따라서 ‘대한민국 리빌딩’을 들고 나온 남 지사의 의중에는 아마 세대교체 리빌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리빌딩 이라는 말은 실패한 과거로 인해 침체된 현재를 새롭게 변화시키기 위해 추진하는 인적쇄신을 뜻하는 말 이어서다. 정치권이 스포츠처럼 주전과 비 주전 간에 끊임없이 공정한 경쟁이 벌어져왔고 그 과정에서 실력이 떨어진 노장들이 하나씩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과정을 거쳐 왔다면 새삼 ‘인위적인’ 리빌딩을 외치지 않았을 것이다.

리빌딩은 ‘해야 한다’ 보다 ‘이렇게 하자’가 더 중요하다. 주도적으로 하고 싶다면 더욱 그렇다. 남 지사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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