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영양제를 삼키는 법
/최서진
왼쪽 눈이 십 분 간격으로 떨린다
칼을 밟고 위험하게 서 있는 경련처럼
장래희망에 대해 말하려다 장래라는 낱말이 아득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처음부터 없었던 약속처럼
기차는 사라졌다
바람이 드나드는 창문을 열자
눈보라가 희망처럼 녹고 있다
새벽이 알람 소리에도 죽은 사람처럼 누워있을 때
손을 없애고 아직 남아 있는 손으로
부서져 흐르는 구름의 회복을 위해 진통제를 삼킨다
빛나는 것들의 원리간
손바닥에 참을성을 쥐고 있다
왼쪽 눈을 감고 혼자서 약국에 갔다
종합 영양제 같은 햇빛이 둥글게 입에 들어온다
약국에서 나오는 문을 잃어버렸다
- 최서진 시집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 /천년의 시작·2016
눈꺼풀이나 눈 밑이 떨리는 경험이 있다. 누군 영양 부족이라 하고 누군 구체적으로 콕 집어 마그네슘 부족이라 한다. 심하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경련이다. 한동안 밥 잘 먹고 지내면 모르는 사이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장래를 생각할 정도로 오래도록 막연해진다. 너무 신경쓰여 시체처럼 누워있기도 한다. 구비해놓은 적당한 약이 없으므로 진통제를 삼키지만 신통치 않다. 그래서 마그네슘을 사러 약국에 간다. 약사가 원하는 종합영양제를 사서 물과 함께 삼킨다. 햇빛처럼 둥근 희망이 입속에 들어왔지만 좀체 회복되지 않는다.
/성향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