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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김주대

무릎이 많이도 튀어나온 때에 전 바지의 사내가

마른 명태 같은 팔로 몸의 추이를 감싸고 표정 없이 걷다가

시장 입구 버려진 사과 앞에 멈추어 선다

산발한 머리를 들어 사방을 한번 둘러보더니

발가락이 삐져나온 시커먼 운동화발로 슬쩍슬쩍 사과를 굴려

구석으로 몰고 간다


 

 

 

사내의 뒤를 바람이 따라나설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떨어져 나온 상처 쪼가리들이 발바닥에 들러붙을 것 같습니다. 짓무른 사과의 과즙에 발목이 빠져 묶일 것 같습니다. 사내가 걸으면 찢어진 천막이 부풀어 오를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바람도 상처들도 구석도 모두 사내의 조건이 되어버린 생입니다. 누군가 버린 사과 한 알을 먹으면 한 사람에게는 큰 성찬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저 사과 를 집어 던진다면 어딘가를 적중해 스트라이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사과를 굴리고 있는 저 사내의 발짓을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게 해 달라고. 혹 부디 한 입 베어 문다면 사과의 과즙이 온 몸에서 환한 빛을 내달라고, 사과를 던진다면 사과가 붉게 타오르며 날아가 과녁을 맞히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김유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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