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이은수
누군가 전동열차 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 급류를 지나고 있다
……(중략)……
잡아당기는 건 막간으로 건너가야 할 종점인지라
몽땅 휩쓸려 몰려나가는 까마득한 전등을 따라나선,
다행히 펼쳤다 거둔 정신을 되감아 놓고 떠밀려 흘러가는 누군가
파먹다 내던져놓은 세월을 일으켜 이쯤서 작별할 거라면
풀어놓은 그 눈높이로 더듬거려야 할 순간들아
물러서지 않는 이 길목서 수천 개의 슬픔 지워내지 말아다오
엇박자 치던 캄캄한 어정이라야 아뜩히 무너져 내려
한껏 걸쳐놓은 육신인들 하염없이 망가뜨려놓을 것이나
얼마나 오래 허공에 내몰린 누가 될 줄 누가 알랴!
-이은수 시집 ‘선뜻 끝없이 시리게’ / 2015년·현대시학
기나긴 인생 여정(旅程) 그 종점이 어딘지 누구라도 모른다 할 수 없으리라. 종점이 가까울수록 안도하고 설레이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두려워하고 아쉬워하는 것이 또한 인생들이다. 시인은 날마다 종점을 지나친다. 육신의 연약함으로 출발하여 영혼의 일몰에까지 이르도록 세월을 파먹은 생애가 고통의 정점(頂點)에 이르면 작별할 준비를 하는 절창(絶唱)을 노래하는 것이다. 시인의 종말론적 시선(視線)은 이 시를 통해 피할 수 없는 수천 개의 슬픔을 오히려 온 몸으로 끌어안으며 무너짐에 대하여, 망가짐에 대하여 그 두려움마저 허공에 한 점 점(點)으로 찍을 수 있는 그 누군가가 되고자 절규하고 있다. 마치 바닥에서 하늘을 보는 외로운 인생들에게 나의 슬픔은 나만의 것이 아니고, 나의 종점은 나만의 종점이 아닌 것을 그의 시집 제목처럼 ‘선뜻 끝없이 시리게’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소풍 한가운데 지쳐있는 ‘누군가’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편지를 쓰듯이. /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