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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현숙



명달리 꼬부라진 길을 가다

해 아래 턱 받치고 눈꼬리 바싹 치켜뜬

칸나 꽃을 보았다

빨간 혀, 날름거리며

여자가 몰래 씹어 뱉는 욕 같다

고년! 참,

홀랑 까지기도 까졌지

무서운 것 하나 없다는 듯

초롱같은 눈을 뜨고

어디 다! 덤벼 봐

8월 염천에 겁도 없이

길가에 깨 벗고 서 있는

고년, 원경에서도 혈흔이 낭자하다


- 시집 ‘손’ / 2011

 


 

간혹 길을 걷다보면 눈에 띄는 오르막길의 수레도 있고 보도블록 틈 비집고 나오는 민들레의 노란색도 발견한다. 어디 그뿐이랴, 운 좋으면 공터 콩밭에서 푸두둑 떼 지어 날아오르는 참새 떼를 만나기도 하듯이 시인은 명달린 꼬부라진 길에서 칸나와 맞닥뜨린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재미있는 발상이 시로 완성된다. 참으로 맛깔스런 여자다. 전혀 기죽을 것도 없다. 당당하다.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까지 엿볼 수 있은 당참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칸나를 여자로 아니 시 그 자체로 해석하는 지점이 명쾌하니 즐겁다. 팔월 무더위에도 깨 벗고 서서 어디 다! 덤벼봐 하는 두려울 것 없는 자신감, 그럼에도 먼 거리에서 칸나의 싱싱한 혈흔이 눈에 띄면 그 매혹에 빠져 잠시 가던 길 멈춰 설 것이다. /정운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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