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뮤지컬 ‘정조’
지난 13일 수원SK아트리움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 ‘정조’는 한편의 대하 드라마를 보듯 정조의 일대기를 140분간 짜임새있게 녹여냈다.
창단 1주년을 맞은 수원시립공연단은 수원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인 정조를 조명,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뒤주에 갇힌 아버지를 향한 안타까움을 담은 어린 정조 ‘산이’의 노래로 문을 여는 공연은 노론의 반대 끝에 왕위에 오른 뒤 애민사상을 몸소 실천하는 정조의 모습을 비롯해 수원화성 축조를 이룩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정조의 삶 전반을 다룬다.
정조가 살았던 40여년의 인생을 불과 두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따라가는 것이 버겁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장용휘 예술감독은 과하거나 부족한 것 없이 정조의 삶을 풀어냈다.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도 곳곳에 배치됐다. 저잣거리에서 광대들이 양반을 풍자하는 마당놀이 장면은 그 시대로 돌아간듯 흥을 돋웠다.
특히 백성들을 괄시하는 양반을 풍자하며 “그러니까 개, 돼지 소리를 듣지”라는 광대의 대사는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무예단원들의 무예연기도 완성도 있게 연출했다.
수원 화성 야외무대에서 무예24기 공연을 진행하며 내공을 쌓았던 무예단원들은 조선후기 당시의 무예를 완벽에 가깝게 재현, 이질감없이 공연에 녹아들었다. 정조의 호령에 창과 칼로 무장한 채 펼치는 고난도의 무예연기는 내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백성을 위해 자신의 뜻을 밀고 나갈 때는 뚝심있고 호탕하다가도,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아이처럼 귀여운 정조 캐릭터를 만들어낸 박성환 배우의 호연도 돋보였다.
한편 관객 대부분이 알고 있는 정조 이야기를 식상하지 않게 풀어내기 위해 정조의 할머니 정순왕후가 악역으로 등장, 극의 긴장감을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쉬움을 남겼다.
정순왕후는 정조에 대한 대리청정, 정조가 사랑했던 성선우와의 관계, 화성 축조 등 굵직한 사건에 개입하지만 정조와 적극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장용휘 예술감독은 첫무대를 마친 뒤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이 공연이 정조 이야기의 끝이 아닌 시작임을 강조하며 더욱 발전된 무대를 기약했다.
이같은 자신감을 내비친 것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을 소재로 한 매력적인 스토리 뿐 아니라 그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낼 수 있는 수원시립공연단의 역량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수원시립공연단의 다음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다.
/민경화기자 mk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