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에서 심각한 성적 부진에 빠진 레슬링계가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안타까운 일까지 발생했다.
대한레슬링협회 상당수 관계자가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주니어 대표팀 감독이 지난 24일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
숨진 김모(50) 씨는 대학생과 고등학생 레슬링 유망주를 키우는 지도자였다. 2000년대 초부터 10년 넘게 감독직을 맡아왔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 레슬링 인사들은 “당황스럽다,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최근 횡령 혐의로 대한레슬링협회를 조사하는 경찰 수사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협회에서 30억 원이 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벌이던 중이었다.
전·현직 협회장을 비롯해 대다수 임원과 협회 직원들 대부분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김 씨 역시 여러 차례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많이 힘들어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슬링계 한 인사는 “김 감독은 매우 여리신 분이어서 남에게 피해 가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정신적으로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협회 한 관계자는 “김 감독이 경찰 조사를 받고 난 뒤 자신이 하지 않은 일까지 경찰이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얘기를 주위에 토로했다”고 전했다.
유족은 협회 전직 간부가 김 씨를 “모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은 “(김 감독이) 하지 않은 일을 전직 간부가 덮어씌우려 한다고 억울해했다”며 “이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이 3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레슬링 매트를 산 것이 있는데 그 다음 달 똑같은 매트를 또 산 것으로 돼 있었다”며 “김 감독은 자신이 사지 않았는데 협회에서는 자신이 한 것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이 전직 간부와 수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레슬링협회는 2010년 이후부터 예산 횡령과 집행부 간 파벌 싸움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추락했다.
2012년부터 삼성그룹이 후원을 중단했고, 전직 회장은 수억 원의 예산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출연금을 둘러싸고 회장과 집행부 간 분쟁도 곪아 터졌다. 회장은 1년이 멀다고 바뀌고 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동메달 1개에 그치는 최악의 성적을 냈다.
결국엔 주니어 감독 자살이라는 비보까지 전해지고 말았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