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도움을 못 드려 죄송할 따름이죠"
최근 일부 경찰관들이 유흥업소 업주들로부터 성 상납과 향응을 접대받아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폐품을 판 돈으로 어려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돕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수원남부경찰서 수사과 수사2계에서 근무하는 송군철(42)경장.
그는 지난 2000년 2월초 경제사범을 조사하고 새벽 1시께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집으로 가던 길에 뒷집에 사는 김모(74)할머니가 폐휴지와 빈병 등을 모으고 있는 장면을 봤다.
할머니는 영하 7도의 추운 날씨속에 손을 비벼가며 쓰레기통에서 폐휴지와 빈병을 골라 내고 있었다.
김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가 지난 99년 집을 나가자 노환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폐휴지와 빈병 등을 모으며 어렵게 살고 있었다.
송 경장은 30여분간 할머니와 함께 폐휴지를 골라내며 할머니의 자식들이 생활고로 노부부를 두고 가출했다는 사연을 알게 됐다.
다음날부터 송 경장은 '폐품수집가'가 됐다.
동료 직원들이 쓰레기 통에 버리는 음료수병과 지난 신문 등을 눈에 보이는 대로 모았다.
송 경장은 퇴근할 때마다 자신의 차에 실은 폐품을 할머니에게 전했다.
할머니에게 전달되는 폐지만 한달에 360kg.
30kg에 2천400원씩 팔고 빈병과 폐품 등을 팔면 한 달에 30여만원으로 할머니에게는 큰 돈이다.
송 경장이 신문을 모은지 3개월이 지나자 남부서 직원들 사이에 "송 경장이 폐품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동료들까지 송 경장 돕기에 동참했다.
동료 직원들은 퇴근하기전 각 사무실에서 나오는 폐품을 남부경찰서 본관 앞에 쌓아 놓고 있다.
경무과 경무계 신준철(48)계장은 "송 경장이 시작한 불우이웃 돕기에 전 직원이 동참하고 있다"며 "송 경장 덕분에 모든 직원들이 남을 돕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자랑했다.
나옥주 서장은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불우이웃을 도와주는 송경장이 너무나 대견스럽다"며 "송경장을 표창하겠다"고 밝혔다.
송 경장은 "사건을 수사하는 것만이 경찰의 업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동료 직원들의 도움으로 할머니의 표정이 밝아져 흐뭇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