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위, 국내 1위 원양선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사태로 국내·외 선박의 가압류·입항거부·하역지연 사례가 속출, 물류대란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수출입 기업들의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4일 정부와 한진해운,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5일째인 이날 한진해운 선박 141척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8척(컨테이너선 61척·벌크선 7척)이 19개 국가 44개 항만에서 입·출항을 거부당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에서는 선주의 권리 행사로 컨테이너선 1척인 ‘한진로마호’가 압류됐지만, 한진해운이 지난 2일 주요 국가에 선박과 기타 자산을 억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스테이오더(Stay Order·법원 압류중지명령)를 신청함에 따라 가압류가 해지됐다고 알려졌다.
나머지 67척의 선박은 미국과 중국, 일본, 스페인 등에서 운반비 체불에 따른 하역업자들의 상·하역작업 중지, 연료유 구매불가, 수에즈운하 통과 거부에 따른 우회운행 등에 따라 정상적인 입·출항을 못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운항 중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한진해운 컨테이너선의 억류 지속 가능성에 대비해 선사교체를 검토 중이며, LG전자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전부터 예약물량 취소와 타선사 전환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중견기업 상당수는 재정적 문제로 외국 선사와 계약을 맺는 등의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출에 차질을 빚어 한국무역협회의 ‘수출화물 무역 애로 신고센터’로 피해 신고를 한 중견(소)기업은 지난 2일 기준 25건(1일 15건, 2일 10건)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의 전체 피해 금액은 434만3천657달러(한화 48억6천만원)에 달했다.
목재 펠릿을 거래하는 A사는 베트남 호찌민 터미널에 선적 예정이었던 57TEU(1TEU는 20ft 길이 컨테이너 1개) 가량의 물량과 한국 화력발전소에 납품 예정이었던 59TEU가량의 물량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해외에서 축산물을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는 경기도내 B업체도 현재 경유지인 싱가포르에 해당 컨테이너선이 입항을 못하게 돼 사업에 큰 차질이 생겼다.
B업체 K 대표는 “5천만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한 수입물량이 우리나라도 아닌 타 지역에서 묶여 있다. 약속된 기일에 납품을 못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얼마나 될 지 짐작도 안 돼 잠도 못 이루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현재 입항이 거부·지연되거나 선박이 억류된 물량의 하역 재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며 “납기일을 지키지 못해 발생하는 2차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 등 9개 정부 유관 부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차관 대책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이 운항하던 노선에 현대상선의 대체 선박을 투입하고, 국적 선사들의 기존 운항노선 중 일부 기항지를 확대하며, 43개국 법원에 스테이오더를 신청키로 결정했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