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 및 학대를 당하다가 스스로 집에서 탈출한 ‘11살 맨발 소녀’의 아버지가 딸의 친권을 박탈 당했다.
인천가정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강혁성)는 상습특수폭행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아버지 A(33)씨에 대해 검찰이 낸 친권상실 청구를 최근 받아들였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의 딸 B(현재 12세)양의 친권자가 지정되거나 미성년후견인이 선임될 때까지 인천의 한 보호시설장을 대행자로 선임했다.
재판부는 “친부의 행위는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친부가 형사판결에 따라 피해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실형으로 복역해야 하는 상황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2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시 강북구의 한 모텔과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자신의 빌라 등에 B양을 3년4개월간 감금한 채 굶기고, 동거녀 C(37)씨 등과 B양을 상습 폭행해 늑골을 부러뜨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학대를 못 이긴 B양은 지난해 12월 12일 인천 집 세탁실에 갇혀 있던 중 맨발로 창문 밖으로 나와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해 인근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허겁지겁 먹다가 주인에게 발견됐고, 이후 병원에서 치료 받은 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하는 쉼터에서 생활했다.
발견 당시 B양의 키는 120.7㎝로 몸무게는 16㎏에 불과해 정상인 또래(키 146∼152㎝, 몸무게 36∼42㎏)에 크게 못 미쳤다.
인천가정법원 관계자는 “피해 아동이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태여서 심리치료를 오랜 기간 하느라 친권상실 결정이 다소 늦어졌다”고 말했다.
/인천=류정희기자 r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