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매년 10월 31일 축제의 날로 즐기는 ‘핼러윈 데이’(Halloween day) 문화가 국내에도 깊숙히 침투하면서 내용이나 의미, 유래를 모르면서 상업화된 핼러윈 데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유통업계와 학부모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조기 영어교육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 해외경험을 한 사람들이 늘면서 미국 전역에서 즐기는 핼러윈 데이에 맞춰 독특한 의상을 입고 역할 놀이를 하는 유치원이나 놀이방, 학교, 파티 등이 많아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 다양한 핼러윈 용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31일까지 37개 토이저러스 매장을 포함한 롯데마트 전 점에서 ‘어벤져스 코스튬 9종’과 ‘스타워즈 코스튬 2종’을 각각 3만9천800원, ‘드라큐라 아동망토’를 9천900원 등에 내놓는 ‘해피 핼로윈 대축제’를 진행한다.
이마트도 같은 기간 이마트 매장과 이마트몰에서 호박등, ‘잭-오-랜턴’ 모양을 본뜬 사탕바구니를 사이즈와 디자인에 따라 1천원부터 9천900원에 판매하고, 사탕바구니에 담길 만한 캔디와 초콜릿을 함께 진열해 판매한다.
홈플러스 역시 마법사 망토 1만4천900원, 호박·해골·스크림 가면 등이 새겨진 핼러윈 티셔츠 4천900원, 호박바구니 2천원 등 약 100여 종의 핼러윈 이색 용품을 준비했다.
이러한 핼러윈 데이 열풍에 일부 학부모들과 교사 등은 축제를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여과없이 서양명절을 받아들이는 만연해진 분위기에 대해 걱정 섞인 목소리를 냈다.
6세 유치원생 딸을 둔 이모(38)씨는 “딸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핼러윈 데이 파티를 한다고 해 대형마트에서 3만원대 핼러윈 가면과 망토 등을 사줬다”며 “외국에서 유래된 축제의 의미도 모른 채 즐기는 아이가 걱정됐지만, 부모로서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어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K 교사는 “핼러윈 데이를 챙기는데, 부모와 아이들끼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있다”며 “의미나 유례도 모르는 하루의 축제를 위해 평소에 입지도 못할 의상과 소품 등에 돈을 많이 쓰는 아이들과 학부모를 보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교육계 관계자는 “서양 문화를 추종하는 것만이 아닌 각국의 고유한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다문화 교육의 목적과 부합하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