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이 수놓인 바닷가, 달빛이 고즈넉이 비추고 있는 밤풍경. 캔버스에 수백, 수만번 찍어낸 점들이 모여 하나의 풍경으로 완성됐다.
무수한 색으로 겹쳐진 점들은 정지된 풍경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수원 예술공간봄에서 열리고 있는 백정숙 작가의 ‘Afterimage-잔상’ 전시는 추상으로 만들어낸 빛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늘 빛을 만나고 빛에 의해 만들어진 풍경과 함께한다. 이처럼 인간과 함께하는 빛에서 생명력과 순수함을 느낀 백 작가는 빛을 보고 눈을 감은 뒤 떠오르는 잔상을 캔버스에 그려냈다.
붉은 노을이 가득한 작품을 비롯해, 여행지에서 만난 달빛에 물든 강 풍경, 아침 호수에 비친 차가운 햇빛 등 그의 작품 속에는 빛의 여러가지 모습이 담겨있다.
특히 다양한 색의 물감을 짧은 터치로 캔버스 위에 쌓아 긴장감을 더하며, 선과 선이 연결돼 완성된 풍경은 시간이 흐르는 것과 같은 현실감이 느껴진다.
백정숙 작가는 “구름 속의 빛의 흐름은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과 세계를 관계지어 주는 정신적인 여정과도 같다. 빛을 그려낸 작품들을 통해 빛을 통로로 고요한 사색과 명상, 빛에 대한 무한한 경외와 숭고함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10일까지 이어지며 백정숙 작가가 그려낸 빛의 잔상 작품 25점을 만날 수 있다.(문의: 031-244-4519)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