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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기로 연주한 페르귄트 모음곡… 세계화 가능성 확인

경기도립국악단 ‘세계를 품다’

 

‘치세지음 프로젝트’ 두차례 공연
전통훼손 우려가 기우였음을 입증

귀에 익숙한 서양악기 소리가 아닌
국악기 소리에 아쉬운 느낌도 잠시
이질감 없는 연주 관객들 ‘박수갈채’


지난 19일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으로 무대에 오른 경기도립국악단은 국악기로 서양음악을 연주하는 낯선 시도를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으로 완성, 제 옷인 듯 잘맞게 연주해냈다.

이날 지휘자로 나선 페렌츠 가보는 “좋은 음악에 있어 악기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 좋은 음악은 장르를 초월해 듣는 사람의 공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소감을 전하며 이번 공연이 국악의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음을 방증했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경기도립국악단은 치세지음(治世之音: 세상을 다스리는 음악)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시도를 계획했다.

음계와 조성에 한계가 있는 국악기의 특징을 보완하고자 그 폭을 넓히고 여러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연주법을 개발한 것.

전통을 훼손한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국악의 보편성을 확립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한 최상화 예술감독은 올해 두 차례 공연으로 그 우려가 기우였음을 입증했다.

지난 8월 ‘천년의 소리, 일곱 빛깔로 피우다’ 공연에서 다양한 음역폭을 소화한 국악기의 연주를 선보였다면 이번 공연은 서양인의 지휘로 완성된 서양음악을 국악기가 연주하는 새로운 시도를 무대 위에 올렸다.

페르귄트 모음곡은 동유럽 음악 특유의 정갈함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경쾌한 느낌부터 절망과 애절함 등 다양한 정서가 담겨있다.

새벽빛이 떠오르는 아침 기분을 목가풍으로 묘사한 ‘아침의 기분’은 소금 소리로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서양악기의 소리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가볍고 경쾌한 느낌의 곡이 짙은 한의 정서가 베어있는 국악기의 소리와 잘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아쉬운 느낌이 든 것도 잠시, 이어진 ‘오제의 죽음’은 국악기 소리를 재발견 할 수 있는 연주였다. 어머니의 죽음을 묘사한 이 곡은 어머니를 잃은 아들의 비통함과 슬픔이 해금과 대금의 구슬픈 소리와 어우러져 서양악기로 연주한 것 이상의 감성을 이끌어냈다.

페르귄트 모음곡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이 두루 담겨있는 곡이다.

따라서 국악기가 가진 고유의 소리가 어떤 곡에서 더 탁월하게 표현될 수 있는지 귀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날 공연은 이질감 없이 서양음악을 국악기가 연주했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는 서양음악을 하는 도구로 국악기가 쓰인 것이 아닌, 국악기가 할 수 있는 분야를 확장해 보편성을 갖춘 것에 대한 갈채인 것이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앞으로 경기도립국악단의 공연에서 어떤 새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기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날 공연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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