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K-컬처밸리 사업 특혜의혹’ 싱가포르 직접 가보니…

CJ E&M과 손잡고 1조4천억원짜리 K-컬처밸리 사업에 뛰어든 싱가포르 자금투자사의 사무실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회사답지 않게 단출했다.

10평(33㎡)이 채 안 되는 사무실에 근무 직원이라고는 대표와 이사 등 임원 단 둘 뿐이었다.

24일 오후 2시10분쯤(현지시각) 경기도의회 K-컬처밸리 특혜의혹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와 함께 찾은 방사완브라더스 싱가포르 현지 사무실.

싱가포르 파야 레바의 한 비지니스 빌딩 8층 끝쪽에 있는 이곳은 가로세로 40㎝×20㎝ 크기의 간판을 보고서야 찾을 수 있었다. ‘m mrsmint’라는 또 다른 회사명 밑에 ‘BANGSAWAN’이 작게 적혀 있었다.

내부는 책상 8개가 4개씩 두 군데로 나뉘어 있었고, 6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 1개와 냉장고 1개, 복합기 1개가 사무실 집기 전부였다.

책상 두 개 위에만 노트북 2개와 서류 가방이 각각 놓여 있었고, 다른 책상은 비어 있었다. 사무용 전화는 없었다.

사무실 한쪽에 가로세로 60㎝×40㎝ 정도 크기의 화이트보드가 걸려 있었지만 사용한 흔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방사완브라더스 로니 치아(Ronnie Chia) 대표는 “직원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필요할 때만 단기간으로 쓴다”며 “사무실은 비울 때가 많은데 집이나 프랑스에서 주로 일한다. 회사 설립 당시 집으로 주소가 돼 있었고 한국 기자들이 찾아와 ‘페이퍼 컴퍼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조사특위의 이번 현지 방문은 CJ E&M이 외국인투자기업의 지위를 얻기 위해 끌어들인 방사완브라더스가 실체가 없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목적이었다.

싱가포르는 현지인을 포함한 3명 이상의 투자자가 있고, 집이든 관계없이 현지 사무실이 있다면 1달러짜리 법인도 같은 공간에 수백 개에서 수천 개씩 설립할 수 있다고 현지 코트라(KOTRA) 관계자는 설명했다.

방사완브라더스는 100만 싱가포르달러(SGD·8억2천만원)로 지난해 6월 설립됐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오스트레일리아 국적의 4명이 25만 싱가포르달러씩 투자(8억2천만원)했다.

현지 코트라도 실적이 거의 없어 이 회사의 존재 자체를 모르다 ‘K-컬처밸리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달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요청으로 기업정보를 파악했다.

방사완브라더스와 같은 사무실 주소로 자회사 3~4곳이 등록돼 있고, 이 가운데 올해 3월과 4월 각각 설립된 2곳은 사무실뿐만 아니라 모회사인 방사완브라더스와 주주나 투자비율도 같았다.

방사완브라더스는 현지 규정대로라면 실체가 있는 회사였지만, 조사특위의 ‘페이퍼 컴퍼니’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다.

현지 한국계 투자전문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방사완 자회사 가운데는 말 그대로 1달러 투자금으로 만들어진 곳도 있다”며 “20명 미만이 근무하는 법인은 회계 자료 공시나 법인세 등에서 혜택을 받는데 방사완처럼 여러 회사를 두는 것을 일컬어 ‘쪼개기’라고 한다. 방사완이 그런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명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회사들도 수두룩 하다”고 말했다.

박용수(더불어민주당·파주2) 조사특위 위원장도 “로니 대표는 K-컬처밸리에 방사완브라더스 자본금의 몇 배나 되는 돈을 투자하고도 단 한번도 현장을 찾지 않았다”며 “사업 내용이나 진행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고 향후 추가 투자 계획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CJ E&M이 외국인투자기업의 지위를 얻는데 까지만 필요했던 게 방사완브라더스인 것 같다”며 “사실상의 ‘페이퍼 컴퍼니’라는 게 현지 조사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회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