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 피’로 캔버스 채운 ‘1100’
전쟁·테러 희생자 이미지
매스미디어 통해 일상처럼 소비
우리의 무관심·방관 비판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서 전시
종교적인 혹은 정치적인 이유로 전세계 많은 국가가 여전히 전쟁을 겪고 있으며, 우리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이를 접한다.
이보람 작가는 이처럼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살육의 현장을 주목, ‘붉은 피’로 대변되는 희생자를 전면에 드러내 전쟁과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한다.
다음달 25일까지 파주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피-빨강-피2’ 전시는 이보람 작가가 바라본 전쟁에 대한 시각을 시각화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붉은 피의 주체를 전쟁의 희생자로 표현한 이보람 작가는 피로 얼룩진 희생자의 삶이 권력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매스미디어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 그 참담한 현장이 일상처럼 소비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 작가는 테러와 재난으로부터 발생하는 희생자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워 우리의 무관심과 방관에 경종을 울린다. 뿐만 아니라 소비되고 있는 희생자의 이미지가 내가 될 수 있다는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이 작가는 그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작품 속 인물을 익명화, 불특정화 한다. 그의 ‘희생자’, ‘시체들’ 연작은 흰 바탕에 흰색의 천으로 쌓여있는 주검들을 그려 성별, 인종 등 어떠한 정보를 알 수 없게 표현했다. 이는 모든 사건들을 중성화시켜 비극의 참사를 유추하게 만들 뿐 아니라 무기력함과 연민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처럼 전쟁의 참상을 객관화했던 이 작가는 작업에 변신을 시도, 이를 개념화한 최근 작품도 전시에서 소개한다. 붉은 피로 캔버스 전체를 채운 ‘1100’은 전작 ‘시체들’ 작품에 그려진 희생자들의 키를 근거로 혈액의 양을 유추해 같은 양의 붉은 물감으로 천을 적셔 만든 작품이다. 이는 단순한 붉은 천이 아닌 전쟁이 가져온 비극을 시각화한 것으로, 사실을 직접 대면하고자 하는 작가의 관념이 담겨있다.
이보람 작가는 “붉은 그림들의 붉은 색은 ‘피-빨강-피’를 순차적으로 표현한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가장 마지막 단계의 ‘피’다. 그림의 빨강은 단순한 빨간 물감이 아니라 누군가가 실제로 흘린 피임을 암시한다. 처음과 마지막의 피의 거리가 좁혀지길 원하는 마음을 작품에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문의: 070-7596-2500)
/민경화기자 mk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