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 거주 외국인의 최소 생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해온 송도국제병원 설립이 10년 넘게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30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지난 2003년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에는 정부가 승인한 8만㎡ 규모의 국제병원 용지가 있다.
국내에는 개원사례가 없는 투자개방형 병원인 송도국제병원은 외국인 투자가 일정 비율을 넘어야 하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영리병원이다.
정부는 송도국제병원 건립을 위해 지난 2005년 우선협상대상자로 미국 뉴욕 프레스비테리안(NYP) 병원을 선정했지만 관련 법령이 미비해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2008년 협상이 결렬됐다.
이어 인천시가 지난 2009년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 서울대병원과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국내 의료제도가 흔들린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관련 법안 처리가 미뤄져 왔다.
결국 지난 2012년 말 법적토대가 마련됐지만 사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여전히 설립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장 2∼3천억 원이 소요되는 종합병원급 국제병원이 송도 안팎의 외국인 거주자나 의료관광객만으로 수익성을 내기 힘들다는 것.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그동안 접촉한 다수의 국내외 사업자는 건강보험 미적용 대상인 영리병원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며 “국내 대형병원들도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막대한 초기 투자비 조달과 네임 밸류가 있는 외국 의료진 초빙하는 것도 난제”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송도국제병원 설립이 미뤄지는 데 부담을 갖고 지난해 8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에서 현행법상 50% 이상으로 묶여 있는 외국계 의료기관의 지분투자 의무비율을 49%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법이 개정되면 송도 국제병원에 51% 지분을 투자한 국내 의료기관이나 재무투자자가 경영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청은 올해 상반기에 중앙부처와 합동으로 외국의료기관 투자유치설명회를 열고 국내외 사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류정희기자 r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