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공임 민화전, 8일부터 롯데갤러리 안양점
새해가 되면 전통적으로 호랑이 그림과 닭 그림을 그려 집안에 붙였다. 그 해의 불행을 막고 복을 비는 벽사초복의 뜻으로 닭이나 호랑이 그림을 직접 그리거나 목판으로 찍어서 대문이나 병풍 등 집안 곳곳에 붙인 그림은 세화의 일종으로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이처럼 새 날을 밝히는 새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롯데갤러리 안양점에서 오는 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린다.
닭을 주제로 열리는 전시는 서공임 작가가 그린 채색 동양화 작품을 통해 새해를 뜻깊게 시작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긴 어둠을 지나 아침을 맞으며 가장 먼저 듣게 되는 것이 닭 울음소리다. 어둠과 함께 몰려든 귀신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닭은 잡귀를 쫓는 영험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또한 닭은 12지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날개가 달린 짐승으로,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왔으며 벼슬이 있는 수탉은 생김새가 관(冠)과 통하기 때문에 벼슬을 얻는다는 의미를 지녔다. 뿐만 아니라 암탉은 매일 알을 낳기 때문에 다산(多産)을 의미, 자손의 번창을 상징했다.
이처럼 이로운 동물로 여겨졌던 닭을 민화로 그려 집에 두면 복을 가져온다고 믿었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서공임 작가는 다양한 닭 그림을 전시에서 선보인다.
서민들의 삶 가장 가까이에서 이로운 역할을 했던 민화의 기능에 매료됐던 서공임 작가는 40여년간 민화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작품을 그려왔다.
특히 민화뿐 아니라 자수, 나전철기, 부도의 문양 등 다양한 장르를 연구하며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따라서 그는 강렬한 원색으로 바탕을 칠하는 등 현대인의 미감에 맞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소리는 자유를 향한 외침이며 마당을 나온 암탉의 울음소리는 어머니의 사랑을 의미했다. 뿐만 아니라 피카소의 수탉은 전쟁의 아픔과 분노를 치유하는 평화의 상징이기도 했다”라고 밝힌 서공임 작가는 전시를 통해 새해를 힘차게 맞을 수 있는 닭그림들을 선보인다.
그의 ‘새 날을 밝히다’ 작품은 초록색 바탕에 붉은 꽃을 배경으로 수탉이 병아리를 거느리고 있는 그림으로, 벼슬을 상징하는 수탉을 통해 과거에 급제했다는 의미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또한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닭이 단호하게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걸음, 다시금 또 앞으로’ 작품은 앞으로 가슴을 내밀고 걸어나가는 닭의 모습처럼 당당하고 용감하게 한해를 일궈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롯데갤러리 관계자는 “민화를 민화답게 잘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을 뿐 아니라, 오늘을 사는 서민들의 정서와 소망을 담아내는 서공임의 닭 주제 민화전은 우리를 전통의 민화적 인습에서 해방시키고 ‘닭해’를 맞는 현대인들의 밝은 새해를 ‘먼동이 트는 닭울음’ 만큼이나 희망차게 해주리라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한편 작가와의 만남은 오는 28일 이어진다.(문의: 02-2118-2787)
/민경화기자 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