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살인사건이 화성에서 벌어졌다. 사건이 발생한지 3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범인을 찾지 못했고 비극적이고 잔인한 이야기는 영화 ‘살인의 추억’(2003)으로 재탄생 하기도 했다. 영화보다 앞선 1996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무대 위에 올린 연극 ‘날 보러와요’는 관객들과 가깝게 호흡하며 사건의 경각심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후 20여년간 사랑을 받아온 ‘날 보러와요’는 오는 17일과 18일 새로운 캐스트와 함께 심기일전한 무대로 이천아트홀에서 다시 한번 관객들과 만난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범인을 쫓기 위한 형사들의 고군분투를 담은 연극은 경찰서를 중심으로 진행, 배우의 연기와 대사를 통해 상황의 긴박감을 생생하게 전한다.
또한 김반장, 김형사, 박형사, 박기자, 미스 김 등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한 작품을 위한 퍼즐 조각이 돼 움직이면서 사건의 심각성을 전할 뿐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도 놓치지 않고 담아냈다.
용의자를 그리는 방식도 흥미롭다. 한 명의 배우가 이름과 역할을 바꾼채 각각의 용의자를 연기, ‘진실을 찾기 어렵다’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여전히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영화 ‘살인의 추억’ 마지막 장면에서는 송강호가 범죄현장을 다시 찾았다는 범인의 이야기를 들은 뒤 정면을 응시하며 범인을 잡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날보러 와요’에서 역시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마지막 대사를 통해 잔인한 짓을 하고도 잘 살고 있을 범인을 향해 일침을 가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에서 간신 ‘박중원’ 역으로 강렬한 연기를 펼쳤던 배우 김병철이 형사 ‘김반장’ 역을 맡아 드라마에서와는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이천아트홀 관계자는 “사건의 잔혹성과 선정성이 수사과정에서의 미스터리한 부분과 어우러져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뿐 아니라 풍자적이고 이중적인 상황전개를 통해 소소한 웃음도 담아낸 ‘날 보러와요’를 통해 긴장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17일(금) 오후 7시30분, 18일(토) 오후 3시·7시. R석 3만원, S석 2만원.(문의: 031-644-2100)
/민경화기자 mkh@